시골 재당숙이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집안 역사교과서 한 권이
동네 이야기책과 지적도 한 책이
신명꾼 하나가 사라졌다
혈관부에 피가 돌던 굽은 나무 한 그루가
평생 동네를 떠나본 적 없는 말뚝 하나가 뽑혔다
매일 아침 열리던 대문이 며칠째 닫혀 있자
독거노인 둘이 방문을 열었다고 한다
산비탈에 황토 구덩이를 파놓고
대전으로 부검 받으러 떠난 시체를 기다리는 노인들
혼자 살다 죽으면
칼로 배가 갈려 한 번 더 죽어야 한다며
노을이 번질 때까지 투정하는 인부들
땅을 향해 몸이 자꾸 꼬부라지는 노인들이
겨우겨우 무덤 가까이에 친 천막에 올라와
고인이 나이롱 뽕을 좋아하고
'갈대의 순정'이 십팔번이었다고 회고했다
동네에 들어와 사는 타지 출신 중늙은이 몇과
시골노인들이 보는 앞에서 관을 들고
비탈에 올라 청태산 낙타봉을 좌향 삼아 심었다
동네회관에 내려와 저녁 먹고 술을 나누는데
재당숙이 보이지 않던 며칠간
자식들 대신 까마귀가 집 주위를 돌며
맑게 울다 떠났다고 했다
- 고독사에 대한 보고서 / 공광규
고독사(孤獨死)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홀로 죽는 죽음이다. 고령사회가 되고 일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가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20년 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한 해 약 4천 명 가까운 고독사가 생기고, 매해 10%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죽음을 처리하는 유품정리회사도 있다.
고독사라는 명칭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모든 죽음은 다 고독사다. 옆에 누가 있든없든 죽음은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다. 예전에는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을 독신이라고 했는데 요사이는 비혼으로 표현한다. 독신에는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듯 고독사도 마찬가지다. 언어가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장기 트레킹에 나섰다가 실종된 사람이 있었다. 걷기를 무척 좋아한 사람이었다. 뒤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길 위에서 죽음을 맞은 그를 누구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일수록 그랬다. 예전에는 집 밖에서 죽으면 객사라고 해서 흉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다.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형식은 부차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 둘러싸여서도 외로울 수 있고, 홀로 죽을지라도 당당하게 맞을 수 있다. 다른 동물은 죽을 때가 되면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찾아간다. 인간만이 무리지어 복잡한 장례 의식을 치르며 사후세계를 상상한다. 문명의 옷은 때로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고독하며 죽음도 그러하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고 하찮다. 죽음은 당사자에게 전 우주의 소멸과 마찬가지다. 단지 남아 있는 사람만이 어떻고 저떻고를 따질 뿐이다. 그마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 갈 것이다. 문득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 제목의 노래도 있지.
사람이 떠나간다고
그대여 울지 마세요
오고감 때가 있으니
미련일랑 두지 마세요
좋았던 날 생각을 하며
고마운 맘 간직을 하며
아아아 살아가야지
바람처럼 물처럼
가는 인연 잡지를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마세요
때가 되면 찾아올 거야
새로운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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