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공짜는 정말 많다
공기 마시는 것 공짜
말하는 것 공짜
꽃향기 맡는 것 공짜
하늘 보는 것 공짜
나이드는 것 공짜
바람소리 듣는 것 공짜
미소 짓는 것 공짜
꿈도 공짜
개미 보는 것 공짜
- 공짜 / 박호현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쓴 동시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더니 열 살도 안 된 아이의 글이 큰 깨우침을 준다. 가만히 돌아보면 이 세상에서 소중한 것들은 전부 공짜가 아닌가. 나도 공짜 목록을 적어보며 불평하는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 어느 노래 가사에도 이런 게 있다.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이 세상에 빈 손으로 온 놈이 이만큼 가졌으면 부자가 아닌가.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에 결핍을 느낄 뿐이지, 절대적 기준에서 산다는 것은 무조건 수지맞는 장사가 맞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아낌없이 다 반납하고 가야 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아등바등거리며 살 근거는 없다.
그런데 '나이드는 것 공짜'라는 말에는 절로 미소가 인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서 빨리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공짜라도 나는 사양하고 싶다. 그러나 어떡하니, 이것만은 강제로 주어진 공짜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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