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열렸다. 하늘 좋고 바람 서늘해 경안천에 나갔다. 해는 숨바꼭질하듯 구름 뒤로 들락날락하는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런 날은 하늘 구경만으로도 본전을 뽑는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중이어선지 밖에 나온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구름만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올여름은 8월 중순까지도 장마 속에 갇혀 있었으니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유별난 2020년인데 올가을은 어떤 걸 선물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요즘 같으면 나라나 개인이나 그저 별 탈 없기를 바랄 뿐이다. 경안천에서는 아내, 손주와 차례로 합류했다. 손주가 유치원에 못 가게 되니 다시 야외에서 손주 얼굴을 보게 된다. 봄보다 마음의 키가 훌쩍 큰 것 같다.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