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잘 안 붙네 형부는 번개탄 피우느라 눈이 맵고 오빠는 솥뚜껑 뒤집어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고기 더 없냐 쌈장 어딨냐 돗자리 깔아라 상추 씻고 마늘 까고 기름장 내올 때 핏물이 살짝 밸 때 뒤집어야 안 질기지 그럼 잘하는 사람이 굽든가 언니가 소리 나게 집게를 내려놓을 때 장모님도 얼른 드세요 차돌박이에서 기름 뚝뚝 떨어질 때 소주 없냐 글라스 내와라 아버지가 소리칠 때 이 집 잔치한댜 미희 엄마가 머릿수건으로 탑새기를 탁탁 털며 마당에 들어설 때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치익 떨어지는 빗방울 비 온다 - 여름휴가 / 손미나 여름휴가를 잃어버린 2020년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서 아쉬워 말자. 모든 관계를 재점검하라고 코로나가 준 선물인지 모른다. 우리가 과연 제대로 살아왔던가? 사람과 일, 자연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