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모임 세 개가 한 날에 겹쳤다. 그동안 코로나 핑계를 대고 모임에는 거의 안 나갔는데, 슬슬 움직여 보려니까 한꺼번에 몰리는 행운인지 불상사인지 모를 일이 일어났다. 고민하다가 결국은 설악산에 단풍 보러 가는 모임을 점 찍었다. 단풍은 때가 있는지라 이번에 안 가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구나 십이선녀탕 단풍은 처음이기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호사다마일까, 에너지를 보충할 겸 전날 저녁에 고기를 구워 포식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속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소화를 시키지도 않은 채 누운 게 화근이 된 것 같았다.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이 되니 속은 비었는데도 밥 한술 뜰 수 없었다. 설악산이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둘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