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흑백 화면에 클레오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배경은 1970년대 초반 멕시코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로마가 아니라 멕시코시티에 있는 어느 지역명이다. 클레오는 원주민으로 멕시코 상류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다. 넓은 집의 살림을 하고 네 아이 치다꺼리 하느라 종일 일에 파묻혀 산다. 이 영화는 두 계급 사이의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을 냉정하면서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넓게는 인간의 외로움이나 소통의 문제를 다룬다고 볼 수도 있겠다. 부자와 빈자, 서양인과 원주민, 남과 여 등의 대비를 통해 인간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흑백 화면으로 보여준다.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계급'이라는 단어가 금기어가 된 때가 있었다. 씁쓰레한 에피소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