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이번 설은 형제들과 따로따로 지내기로 했다. 설날에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아침에 첫째가 찾아와서 셋이 오붓하게 보내는 설날 아침이다. 오가는 고속도로의 정체 걱정도 없고, 다른 신경 쓸 일도 없다. 사람들과 접촉 없이 지내는 조용한 명절이 좋긴 하나 마음 한편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다. 어릴 때 설날은 아이들의 잔칫날이었다. 설날 준비로 며칠 전부터 집안은 부산했고, 섣달 그믐날 저녁은 왁자지껄한 명절의 전야제였다. 잠을 안 자려고 버텼지만 한 번도 이긴 적은 없었다. 설날에 일어나면 먼저 차례를 지냈다. 좁은 방에서 열 명 남짓이 차례상 앞에 모이면 바싹 붙어있어야 했다. 절을 하면 아버지 엉덩이가 바로 얼굴에 닿을 정도였다. 그게 우스워 킥킥거리다가 항상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