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을 맞이한 지 50일이 지났다. 이제야 종착역이 가까워 보이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얼굴에 난 포진은 3주 정도 지나니 아물었지만 가려움증의 여진은 계속이다. 개미 한 마리가 멋대로 내 얼굴을 기어 다니고 있다. 대상포진은 뒤끝이 사나운 질병이다.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끈질긴 개미 한 마리 때문에 내 발로 다시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늙어서 그래요." (젊은 의사는 "노화 탓입니다"라고 말했지만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늙어서 그래요. 시간이 약이니 그냥 느긋이 기다리세요.") 서운했으나 의사 말이 틀리지 않다. 늙었으니 늙었다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노년이 되니 이상이 생긴 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