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말발도리 산에서 드물게 매화말발도리를 만나면 반갑다. 매화말발도리에서는 야생의 매화 느낌이 난다. 말발도리 종류 중에서 꽃이 매화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말발도리는 산 속 바위 틈이나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관목이다. 꽃이나 나무에서 어려운 환경을 마다하지 않는 강인함이 보인다. 인간의 보호를 받고 자라는 뜰의 매화와는 다르다. 원시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그런 나무다. 꽃들의향기 2016.04.22
튤립 태안 튤립 축제장에서 튤립 향기에 흠뻑 취하다. 튤립은 단아한 모양과 함께 색깔이 곱고 다양하다. 품종만 100종이 넘는다고 한다. 튤립 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는데 원산지는 터키다. 1500년대에 네덜란드로 건너가서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재배 국가가 되었다. 한 해에 네덜란드에서 기르는 튤립만 90억 송이가 넘는다니 전 세계 사람이 한 송이씩 가지고도 남는다. 이곳은 세계 5대 튤립 축제라는데 정말 규모가 대단하다. 150만 송이를 이식해 놓았다. 구경해 볼 만한 화려한 꽃 잔치다. 꽃들의향기 2016.04.21
우리 동네 흰제비꽃 우리 동네에는 유달리 흰제비꽃이 많다. 빈터 군데군데 흰제비꽃만 자라는 마을이 있다. 그리고 해마다 마을 규모는 확장되어 간다. 여기서 보라색 제비꽃은 손님 취급을 받을 뿐이다. 어느 꽃이나 그렇겠지만 흰색은 순수하고 정결한 느낌을 준다. 바람에 꽃잎이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따라 맑아진다. 봄이면 흰제비꽃과 재회하는 기쁨이 크다. 꽃들의향기 2016.04.18
호암미술관의 봄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 벚꽃은 주변보다 일주일은 늦게 핀다. 수도권에서는 거의 마지막에 볼 수 있는 벚꽃이다. 서울 벚꽃이 다 진 다음에 여기서는 벚꽃 축제가 시작된다. 호암미술관의 봄은 산, 호수, 길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3년 전과 달리 올해는 호수의 물이 말라 정취가 덜 한 게 아쉬웠다. 긴 몸살에서 회복된 아내와 함께 나들이했다. 꽃들의향기 2016.04.17
개나리 가장 한국적인 봄꽃이라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닐까 싶다. 봄에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노란 개나리 색깔에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피어나 산하를 물들이는 개나리는 우리 봄의 상징이다. 더구나 개나리 학명은 'Forsythia koreana Nakai'로 한국이 원산지임을 확인해 준다. 우리 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가지를 꺾어서 아무 데나 꽂아도 잘 자라는 개나리는 민중의 삶을 닮았다. 이름에 '개' 자가 붙어 오히려 더 친근하다. 그러나 너무 잘 자라니 괄시당하기도 한다. 귀하게 여기지를 않는 것이다.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달려 꽃다발을 이루는데 한 송이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무척 곱고 앙증맞다. 그런데 책을 보다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는 걸.. 꽃들의향기 2016.04.13
칠사산 고깔제비꽃 고깔제비꽃은 다른 제비꽃에 비해 동정하기가 쉽다. 잎이 고깔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기 때문이다. 꽃 색깔이 화사한데 이름 때문인지 귀엽다는 느낌이 우선 든다. 우리나라 전역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칠사산 산길을 걷다가 만났다. 꽃들의향기 2016.04.12
우리 동네 매화 남도까지 찾아가서 만나지 못한 매화, 며칠 지나니 우리 동네에도 오셨다. 다정한 손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봄은 그렇게 맞이할 일이다. 덩달아 개나리도 한창인 지금, 벚꽃 봉오리는 새색시 가슴처럼 부끄럽다. 점점 짙어지는 봄향기에 어질어질한 이즈음이다. 꽃들의향기 2016.04.02
민들레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민들레를 만나기는 네 잎 클로버를 찾기보다 더 어렵다. 도시 지역일수록 더하다. 외출을 하다가 집 앞에 홀로 피어 있는 우리 민들레를 만났다. 더구나 흰색이었다. 반가워서 얼른 집에 들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찍었다. 어디선가 씨가 날라와 여기에 터를 잡은 것이리라. 새 씨를 맺기 전에 누가 꺾으면 안 되는데, 그게 제일 걱정이 된다. 다행히 민들레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안심이 되긴 하지만 워낙 색깔이 두드러지니 모를 일이다. 지날 때마다 확인해야 할 보물이 생겼다. 꽃들의향기 2016.04.01
남한산성 복수초 남한산성에서 복수초를 만나다. 성벽 바깥쪽을 걷다가 혹시나 했는데 노란 복수초가 있었다. 이미 잎이 많이 자란 만개 상태였다. 늘 사람으로 붐비는 남한산성 길옆에 복수초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진을 찍느라 생육 환경이 망가지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아예 카메라를 갖고 다니지 않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예쁜 모습을 담고 싶은 욕망 앞에서 언제나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봄꽃 중에서 제일 찍기 어려운 게 복수초다. 배경 정리가 너무 힘들다. 이제껏 한 번도 마음에 드는 복수초 사진을 찍어보지 못했다. 눈을 뚫고 핀 복수초를 만나지 않는 한 이런 실망감은 계속될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6.03.29
산동 산수유 풍악 소리에 이끌려 끊임없이 차들이 몰려든다. 축제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꽃나무 아래 앉아 가족끼리 도시락을 펴놓고 느긋하게 꽃구경할 생각이라면 '축제' 자가 붙은 곳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구례군 산동면에서 열리는 산수유 축제장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하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찾아다녔다. 차분하게 꽃을 맞을 여유가 없었다. 차라리 우리 동네 뒷산에 핀 한 그루 산수유에서 더 봄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16.03.25
첫 별꽃 올해의 첫 봄꽃을 보다. 집 앞 돌담 아래에 핀 별꽃이다. 영하의 밤 기온을 견디고 아침 햇볕의 온기에 겨우 꽃잎을 열고 있다. 그늘에 있는 녀석은 아이 추워요, 하며 몸을 웅크리고 있다. 남도의 매화나 산수유 소식도 반갑지만 내 옆에서 고개를 내민 작은 풀꽃도 못지않게 반갑고 고맙다. 너희들 때문에 설렐 봄날이 오고 있다. 꽃들의향기 2016.03.15
위미리 동백 2년 전 올레길을 걸을 때 우연히 만났던 위미리 동백이 궁금해 다시 찾아가 보았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위미리는 동백과 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제주도의 마을이다. 돌담을 따라 키 높은 동백나무 아래로 뚝 뚝 떨어진 동백이 붉었다. 밭에는 수확하지 못한 귤도 마구 떨어져 있었다. 올해는 감귤 값이 폭락해 아예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많다고 한다. 동백이나 인간의 일이나 속절없음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탄식은 한순간일 뿐, 아랑곳없이 꽃은 핀다. 꽃들의향기 2016.02.03
틈풀(4) 식물에게는 손발이 없다. 환경을 바꿀 수도, 자리를 옮길 수도 없다.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자연을 최대한 이용해 살아갈 뿐이다. 다행히 물과 공기와 햇빛만 있으면 된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데도 뿌리를 내리고 생존한다. 생명의 집요함이다. 저 풀은 수많은 씨앗 중 하나가 발아한 것이다. 싹도 틔우지 못하고 사라져 간 무수한 동료들의 몫을 함께 가지고 살아간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모든 생명은 위대하다. 꽃들의향기 2016.01.26
마라도 해국 1월인데도 해국을 볼 수 있다는 건 신기하다. 제주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라도에서 본 해국은 꽃만 아니라 초록색 잎도 싱싱했다. 바닥만 보면 봄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겨울의 거센 바람 때문에 줄기가 자라지 못하고 땅에 바싹 붙어 있었다. 사람은 집이라도 만들어 비바람을 피하지만 식물은 제 몸으로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키를 낮추어 견뎌낼 뿐이다. 시련은 생명을 강하게 만든다. 자연과 생물과의 상호작용이다. 꽃들의향기 2016.01.19
한겨울 벌노랑이 제주도 초지에는 한겨울에도 벌노랑이가 피어 있었다. 어쩌다 핀 한두 개체가 아니라 넓은 풀밭 전체에 골고루 꽃을 피웠다. 벌노랑이는 중부 지역에서 늦봄이 되어야 피는 꽃이다. 벌노랑이 외에도 제비꽃, 개망초, 엉겅퀴 등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꽃에서 제주도의 색다른 기후를 경험한다. 이곳 벌노랑이는 키가 자라지 못한다. 방목하는 소가 자주 뜯어먹기 때문일 것이다. 얼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는 본능이 계절에 관계없이 꽃을 피우게 하는지 모른다. 예뻐서 더욱 안쓰럽게 보인 벌노랑이였다. 꽃들의향기 2016.01.17
경안천 갈대밭 경안천 양안은 가을이 되면 갈대밭으로 변한다. 억새도 가끔 보이지만 대부분이 갈대다.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군락인 것 같다. 천을 따라가며 규모가 아주 크다. 갈대는 단정치 못한 외모와 색깔로 볼품은 별로다. 만약 억새밭이었다면 훨씬 더 장관이었을 것이다. 경안천에도 군데군데 하천공원을 만들고 있다. 나무와 잔디 심고, 운동기구 갖다 놓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모양새는 식상하다. 이곳에 공원을 만들 것이라면 이왕이면 갈대나 억새를 주제로 하면 좋겠다. 자연 생태계를 최대한 살리면서 갈대 사이로 오솔길을 낸다면 멋질 것 같다. 그리고 천변 둑을 볼 때마다 나무 없이 휑한 게 너무 아쉽다. 둑을 따라 미루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포플러도 괜찮다. 옛날에 신작로를 따라 도열한 키다리.. 꽃들의향기 2015.12.28
12월의 꽃 눈 무게에 허리가 휘어졌지만 난 살아 있어 내 따스한 숨결에 녹은 눈이 보이지 그 온기가 세상을 살아내는 힘이야 두렵지 않아 누굴 원망하지도 않아 조금씩 녹여나가는 거야 그게 내 몫일 뿐 꽃들의향기 2015.12.07
갈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파스칼은 갈대를 직접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아니면 유럽의 갈대는 키 작은 다른 종류인지도 모른다. 갈대는 억세다. 잘못 만지면 잎에 손이 베인다. 연약한 상징으로 갈대를 말한 건 어울리지 않는다. 바람 부는 갈대밭에 서면 혁명가를 따르는 군중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자유를 향한 노도, 온몸으로 외치는 함성이 들린다. 나에게 갈대의 이미지는 그렇다. 정호승 시인이 '갈대'라는 시에서, '나의 삶이 진정 괴로운 것은 /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일이었나니' 라고 읊은 심정과 비슷하다. 머리칼 풀어헤치고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외치는 저항의 몸짓이다. 결코 서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억새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꽃들의향기 2015.12.02
틈풀(3) 눈맞춤 해줘서 고마워. 하루에 한 번씩 햇빛이 찾아오고, 바람이 가끔 안부를 묻지만, 사람이 가까이 온 건 처음이거든. 발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놀랐어. 혹시 날 뽑아버리려는 건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지. 올해 같은 가뭄도 잘 버텨냈는데 열매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속 상하는 일이잖아. 날 측은하게 바라보지는 마. 나 잘 살고 있거든. 여긴 아늑하고 포근해. 가끔 바깥세상이 궁금하긴 하지만 괜찮아. 네 따스한 눈길로 난 하루가 신날 거야. 고마워.... 꽃들의향기 2015.11.13
백일홍(3) 인터넷에서 '백일홍'을 검색하면 주로 목백일홍인 배롱나무가 나온다. 초본 백일홍은 그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옛날에는 시골 화단에서 단골 꽃이었지만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향수를 자극하지만 젊은이에게는 촌스럽게 보이는 꽃이기도 하다. 꽃은 피었다 빨리 져야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백일동안 핀다니 애당초 이목을 끌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물며 외모가 가녀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꽃잎은 두텁고 투박하다. 색깔은 지나칠 정도로 원색으로 강렬하다. 은은한 맛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신에 부담 없이 정겹다. 어쩔 수 없는 이웃집 정겨운 아줌마의 모습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낯선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게 서먹하고 정들기 어려운 시기였다. 그런데 주인집 .. 꽃들의향기 2015.11.07
뒷산 미국자리공 뒷산 절개지에 제일 먼저 네가 자리 잡았다. 쓸려내리는 흙을 붙드는 네 힘이 대단하다. 한때 유해식물로 분류되어 괄시를 받았지만 이처럼 유용한 역할도 있다. 토종 생태계를 황폐하게 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억센 몸매에 비해 네가 피우는 꽃은 여리고 곱다. 이젠 우리 땅에 들어왔으니 거친 성격 좀 누그러뜨리고 옆의 친구와 어울려 살아가렴.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사랑받는 우리 풀이 되지 않겠니. 꽃들의향기 2015.10.29
흰투구꽃 흰색 투구꽃은 보기 어렵다. 산길을 걷다가 숲에 숨어 있는 걸 우연히 만났다. 앞에서 보니 투구꽃은 와일드하게 생긴 모습이 더욱 확연하다. 근육질 남성이 연상된다. 곤충을 유혹하는데는 이게 효과적인 모양인가 보다. 꽃들의향기 2015.10.22
2015 토평 코스모스 토평리 한강공원은 코스모스의 바다다. 한 바퀴 돌고나면 꽃멀미가 난다. 매년 같은 풍경이건만 올해는 어떨까, 궁금해서 다시 찾아간다. 가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꽃들의향기 2015.10.19
물매화 설마 산 꼭대기에 물매화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천 미터나 되는 십자봉 정상 억새밭 속이었다. 이름만 들었던 물매화를 그렇게 우연히 만났다. 엄청 힘들었던 산행이었는데 물매화 때문에 모든 게 덮어졌다. 왜 물매화를 가을꽃의 여왕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순결하고 고고한 자태에 감탄했다. 수술과 암술, 꽃잎과 함께 하트 모양의 잎도 예뻤다. 사진은 실제 본 아름다움의 십분의 일도 드러나지 않았다. 서두르느라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재촉하는 발걸음이 아니었다면 오래 머물고 싶었던 그곳이었다. 꽃들의향기 2015.10.10
인왕산 산부추 서울 시내에 있는 인왕산에서 산부추를 자주 만난 건 의외였다. 사람 손을 탈 게 뻔한데 많이 살아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인왕산의 산부추는 계곡 바위 지대에서 주로 살고 있었다. 물이 가까이 있는 곳이다. 산부추가 좋아하는 생육 환경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왕산이라서 산부추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꽃들의향기 2015.10.09
촛대승마 촛대승마는 숲 속의 그늘지고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제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를 따라 빽빽이 난 흰 꽃이 탐스럽다. 꼿꼿이 선 모양이 촛대를 닮았다고 촛대승마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촛대에 흰 초가 꽂혀 있는 모양과 흡사하다. 키도 커서 눈에 잘 띄는 꽃이다. 승마(升麻) 뿌리는 약초로 사용된다. 꽃들의향기 2015.10.06
분꽃 고향집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와 함께 분꽃이 있었다.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드물어졌다. 씨앗에서 나온 흰 가루를 옛 여인들은 화장품으로 썼다는데, 명칭 그대로 '분(粉)'꽃이 맞다. 재미있는 건 분꽃의 영어 이름이 'four o'clock'이라고 한다. 오후 4시가 되어야 꽃잎을 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다. 색깔이 너무 진해서 은은한 맛은 덜하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이 약간은 슬프기도 한 꽃이다. 해 질 무렵 장독대 옆 화단에 분꽃이 피면 이남박 들고 우물로 가던 그 여인이 보입니다 육십 년 전에 싸움터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는 정든 님을 기다리다가 파삭하게 늙어버린 우리 형수님 세월이 하 무정하여 눈물납니다 - 분꽃 / 민영 꽃들의향기 2015.10.02
진범 오리를 닮은 꽃이다. 오리 가족이 사이좋게 헤엄 치고 있다. 산에서 진범을 만나면 귀여운 모양에 절로 미소가 인다. 오리 궁둥이 부분에 암술과 수술이 있다. 투구꽃과 사촌 쯤 되는데 마찬가지로 독을 가지고 있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인다. 꽃들의향기 2015.09.30
투구꽃 초오로 담근 술을 마신 부부가 사고를 당했다는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초오(草烏)는 투구꽃의 뿌리다. 옛날에는 사약 재료로 사용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몇 년 전에 개봉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도 초오를 이용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보라색 꽃 모양이 투구를 쓴 병사를 닮았다. 마치 숲을 지키는 초병 같다. 귀여운 모습이지만 강력한 무기는 땅에 감추고 있다. 내 경험으로 투구꽃은 강원도 산악 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각시투구꽃은 투구꽃에 비해 잎이 더 많이 갈라져 있다. 꽃들의향기 2015.09.24
흰물봉선 흰물봉선을 보며 소복 입은 여인이 떠올랐다. 꽃대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다. 물봉선 사이에서 드문드문 눈에 띈 흰물봉선은 가냘프고 애틋했다. 상갓집 구석에서 뒤돌아앉아 흐느끼는 누이의 모습을 닮아도 보였다. 웬일인지 그날은 그랬다. 꽃들의향기 201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