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에 일어나 불을 켜고 어제 못다 본 신문을 읽는데 석 줄도 안 나가서 꾸벅꾸벅 그렇다고 누우면 잠은 달아난다. 서너 줄 읽다가 눈 감고 잠깐 쉬고 다시 읽다가 꾸벅꾸벅..... 그렇다, 감자를 깎자. 이럴 때 나는 감자를 깎는다. 감자는 모조리 밤알만큼 한 것들 그것도 겨울 난 감자라 싹이 나고 시들시들 골아 버린 것을 무주 산꼭대기에 사는 강 선생이 갖다 준 댕댕이바구니에 담아 와서 왼손잽이 등산칼로 깎는다. 이 조무래기 감자는 그대로 찌면 아려서 먹기가 거북해 그래서 깎는 것이고, 깎는 재미로 깎는 맛으로 깎는 것이다. 왼손잽이 내 손은 야구나 정구를 하면 놀림바탕이 되었지만 감자 깎고 밭 매고 풀 베는 데는 아무도 흉보는 사람이 없었지. 감자를 깎으면 생각나는 것이 또 많다. 무엇보다도 아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