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3

감자를 깎는다 / 이오덕

3시에 일어나 불을 켜고 어제 못다 본 신문을 읽는데 석 줄도 안 나가서 꾸벅꾸벅 그렇다고 누우면 잠은 달아난다. 서너 줄 읽다가 눈 감고 잠깐 쉬고 다시 읽다가 꾸벅꾸벅..... 그렇다, 감자를 깎자. 이럴 때 나는 감자를 깎는다. 감자는 모조리 밤알만큼 한 것들 그것도 겨울 난 감자라 싹이 나고 시들시들 골아 버린 것을 무주 산꼭대기에 사는 강 선생이 갖다 준 댕댕이바구니에 담아 와서 왼손잽이 등산칼로 깎는다. 이 조무래기 감자는 그대로 찌면 아려서 먹기가 거북해 그래서 깎는 것이고, 깎는 재미로 깎는 맛으로 깎는 것이다. 왼손잽이 내 손은 야구나 정구를 하면 놀림바탕이 되었지만 감자 깎고 밭 매고 풀 베는 데는 아무도 흉보는 사람이 없었지. 감자를 깎으면 생각나는 것이 또 많다. 무엇보다도 아주 어..

시읽는기쁨 2013.07.19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터에 심은 감자에 꽃이 피었습니다. 세 고랑에다 주로 흰감자를 심고, 한 쪽에 자주감자를 심었는데 거름기가 별로 없는 땅인데도 잘 자라주더니 예쁘게 꽃이 피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주감자가 익숙치 않은지 크는 모습을 보더니 작약이 아니냐며 묻습니다. 자주감자는 꽃이 자주색깔이고,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줄기가 붉은 것만 아니라 잎도 작약을 닮기는 했습니다. 권태응님의 '감자꽃'이라는 재미있는 시가 있습니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감자 정말로 자주감자는 꽃도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직 캐보지는 않았지만 땅 속에서 크고 있는 감자도 자주색깔일 것입니다. 감자를 실제 기르며 눈으로 확인해 보니 그런 단순한..

참살이의꿈 2005.06.17

감자를 먹으며 / 이오덕

녹색연합에서 만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 그대로 작은 잡지가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감자를 먹으며`라는 시를 만났습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우리 나라 초등 교육과 우리 말 가꾸기 운동에 일생을 보내신 올곧은 선비셨습니다. 언젠가 TV 프로그램으로도 소개가 되었었지요. 권정생 선생님과의 아름다운 교유를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좀 길기는 하지만 시 전문을 옮겼습니다. 저같은 중년 세대의 사람들이라면 어릴적 추억에 젖게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질리기도 했지요. 이 시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감자가루를 삭혀서 만든 쫄깃쫄깃한 감자떡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시냇가에서 감자 구워 먹는 묘사, 너무나 생생해서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어른이 되어서..

시읽는기쁨 200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