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샌. 2005. 6. 17. 14:41


 

터에 심은 감자에 꽃이 피었습니다. 세 고랑에다 주로 흰감자를 심고, 한 쪽에 자주감자를 심었는데 거름기가 별로 없는 땅인데도 잘 자라주더니 예쁘게 꽃이 피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자주감자가 익숙치 않은지 크는 모습을 보더니 작약이 아니냐며 묻습니다. 자주감자는 꽃이 자주색깔이고,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줄기가 붉은 것만 아니라 잎도 작약을 닮기는 했습니다.

 

권태응님의 '감자꽃'이라는 재미있는 시가 있습니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감자

 

정말로 자주감자는 꽃도 줄기도 자주색깔입니다. 아직 캐보지는 않았지만 땅 속에서 크고 있는 감자도 자주색깔일 것입니다. 감자를 실제 기르며 눈으로 확인해 보니 그런 단순한 사실들이 더욱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어떤 사람은 감자를 실하게 살찌우기 위해서 감자꽃을 잘라주라지만 차마 저 꽃을 꺾지는 못하겠습니다. 뭔가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감자는 궁핍했던 시절 가난한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작물이었습니다. 하지 무렵이면 수확을 하니까 가을이 되기 전 먹을 것 없던 때 얼마나 고마웠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감자는 민중의 작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하니 별로 잘 생기진 못했지만 오늘은 저 감자꽃이 다른 무엇보다 더 예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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