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3년

샌. 2005. 6. 13. 15:49

3년이라는 기간을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고 그 맛에 빠져든다거나 또는 실망해서 포기해 버리기에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심3일'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걸 큰 규모로 확대시키면 '작심3년'이라는 말도 성립될 것 같습니다. 3년 동안 어느 일에 젖다 보면 그 일에 대해 품었던 환상이 벗겨지면서 어느 정도 실상이 드러날 테니까 말입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리고 첫발을 내디딘 사람일지라도 계속 꿈을 이루어가는 가는 사람은 또 드뭅니다. 주변을 살펴 보면 대체로 3년이 지나면서부터 활력을 잃으면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기간이면 여러 가지 예기치 못했던 문제에 부딪쳐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경우 생활이 루틴해 지면서 신선함을 잃어 버립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는 듯 합니다. 도시 근교에 작은 텃밭을 마련해서 가꾸는 일에서부터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시작한 사람에까지 모두가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3년의 법칙'이라고 하자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웃에 있는 두 집에도 이 법칙이 지금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 집은 매물로 내놓은 상태고, 한 집은 아직 팔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주인이 오지 않으니 썰렁하게 빈 집입니다.

 

모두들 처음에는 그 누구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새 집을 지어 상주하며 살기도 하고, 주말이면 도시서 내려와 소위 웰빙의 생활을 한 사람들입니다. 두 집 다 공교롭게도 3년이 지나면서 거의 포기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두 집에 공통되는 것은 도시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도시적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될 것입니다. 소위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셈이지요. 이런 경우는 어김없이 '3년의 법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시인들이 전원생활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대개 환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지던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져 버리고, 시골의단조로운 생활에 대한 지리함과 불편함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소홀히 취급했던 것들의 문제가 짐으로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안락함이 유혹을 하고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도시를 버리고 시골에 올인한 사람에게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버텨 나가지만 도시에 기반을 남겨둔 사람은 철수를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 3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3년의 벽 앞에서 돌아서는 것을 봅니다.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마음의 태도입니다. 또는 철학이라고도 말하고 싶고 비움이라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시골에서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냇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어도 지루한 줄 모르는 마음, 땀을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적 마인드의 청산과 자기 비움입니다. 이(利)에 좌우되는 마음이라면 아예 시도하지도 말기 바랍니다.

 

물론 다른 형태의 전원생활도 가능할 것입니다.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 계층이 좋은 환경을 찾아서 도시적 안락을 그대로 누리며 여유있게 사는 생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원하는 것이 이런 종류일지 모릅니다. 그래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권태는 찾아 옵니다. 시골에서 즐기는 자기만의 취미나 일거리가 없을 때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원생활이 늘 생기와 새로움으로 가득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연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빈 마음이어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적어도 3년이 되면 그 사람이 전원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유턴을 할지가 결정나는 분기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보면 큰 결정을 했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전원생활을 시작하며 잔뜩 희망에 부풀어 지내는 사람에게 나는 속으로 3년 뒤의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때도 마찬가지라면 당신은 전원생활을 할 기본 자격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살이의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복  (2) 2005.06.22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0) 2005.06.17
무지한 사람들  (0) 2005.06.07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0) 2005.05.31
나무에 약을 치다  (0) 200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