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3

민망하다

얼마 전에 뒷산길을 걸을 때였다. 굽은 길을 돌아나가다가 화들짝 놀랐다. 길 옆에서 한 여자가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드러내고 볼일을 보고 있었다. 거리는 5m 정도로 무척 가까웠다. 뒤로 비스듬히 돌아앉은 여자는 외간남자가 가까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 황당 시추에이션을 어떡 하지? 나는 알아채지 못하게 돌아서서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도망쳤다. 다행히 서너 걸음만 걸으면 보이지 않게 길은 굽어 있었다. 그리고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인기척이라도 내서 여자가 알아챘더라면 얼마나 당황했을 것인가. 내가 민망한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었다. 방심은 가끔 이렇게 황당한 일을 생기게 한다. 사전에 여자는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을 테지만 때로 투명인간이 있음을 잊은 것 같다. 4..

길위의단상 2021.07.13

탁월한 사유의 시선

최진석 선생이 2015년에 건명원(建明苑)에서 한 철학 강의를 묶은 책이다. 우리는 이때껏 남의 사상을 빌려서 살아왔다. 옛날에는 중국에서, 근대에 들어서는 서양의 생각을 수입해 종속적으로 살아온 것이다. 이래서는 독립된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선도력을 가진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생각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이제 종속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은 이러한 시대정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과제를 준다. 건명원은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분열된 삶에서 벗어나 해와 달을 동시적 사건으로 장악하는 활동성[明]을 통해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곳[苑]으로 건너가는 도전을 감행하고자 세워진[建] 인문-과학-예술 혁..

읽고본느낌 2021.07.03

공중에 뜬 수도꼭지

점심을 먹으러 간 어느 이태리 음식점 마당에서 공중에 떠있는 수도꼭지를 보았다.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모습도 신기했고,파이프도 없는데물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모습은 더욱 신기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원리는 이해되었는데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이 무척 재미있었다. 비록 눈속임이기는 하지만 저 그림은 수도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파이프가 있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비웃고 있다. 또한 그런 정상으로부터의 일탈이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그런데 점심으로 먹은 스파게티는 정말 입에 맞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맛있다면서 잘도 먹는데 이런 곳에 오면 세대 차이만 듬뿍 맛보고 간다. 그러나 그것도 서양 음식에 대한 하나의 고정관념일지 모른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색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원인일 수도 있다. 편안한..

사진속일상 200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