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2

그 굽은 곡선 / 정현종

내 그지없이 사랑하느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 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 - 그 굽은 곡선 / 정현종 달팽이의 길, 지렁이의 길은 곡선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조개가 기어간 흔적도 곡선이다. 고향 마을 뒷산에 난 오솔길도 곡선이다. 꼬부랑 논둑길의 다랑이논은 늘 정겹다. 해와 달도 곡선을 그리며 하늘길을 간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

시읽는기쁨 2007.09.19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볕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사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구부러진 길 / 이준관 사람의 발길만으로 만들어진 길은 구불구불하다. 바위를 피해가고 냇물을 돌아가면서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동물의 ..

시읽는기쁨 200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