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4

텃밭 고구마를 캐다

아내와 둘이서 텃밭의 고구마를 캤다. 작년에는 손주가 와서 체험을 했는데 올해는 다른 데 갈 일이 생겨 오지 못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었다. 겸하여 시들어가는 가지와 고추를 뽑고 밭 정리를 했다. 고구마는 18kg이 나왔다. 기대를 안 했는데 역시 수확량은 빈약했다. 올 텃밭 농사는 옥수수, 상추, 고구마, 감자는 흉작이고 호박,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은 풍성했다. 일 하기는 귀찮았지만, 그래도 텃밭 덕분에 우리 식탁은 풍요로웠다. 오전에 텃밭에 나갔다가 오후에는 첫째네 집에 들렀다. 잠시 짬이 난 틈에 한 시간 정도 집 주변을 산책했다. 골목길 뒤로 123층의 롯데월드타워가 자주 보였다. 송파동에는 빌라가 많아선지 깔끔한 서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골목길의 전신주와 이리저리 뒤엉킨..

사진속일상 2022.10.18

저녁 산책

저녁을 먹고 주택가 골목길을 산책하다. 여기는 구시가지라 허름한 단독주택과 연립 형태의 집이 많다. 도로와 면한 곳은 정비가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6, 70년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정감이 가서 자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된다. 초저녁인데도 벌써 인적이 끊어지고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눈에 띈다. 멀리서 웅웅거리는 자동차 소음 외에는 조용하다. 저 불빛이 환한 창은 어느 집 부엌인가 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음식 냄새가 골목으로 흘러나온다. 잠시 발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는다. 고시원 작은 방들에도 불이 들어와 있다. '청운의 꿈'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푸른색의 구름이라는 청운(靑雲)은 젊은이의 야망을 표현한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 때는 많이 썼는데 요사이는 잘 ..

사진속일상 2022.04.29

봄비 내리는 골목길을 걷다

친지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봄비 내리는 길을 걸었다. 길도 여러 길이 있지마는 도시에서는 그래도 골목길이 으뜸이다. 대로 뒤켠에 숨어있는 골목길은 우선 자동차의 소음이나 사람들의 번잡함이 없어서 좋다. 골목길은 도시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길이다. 뒷골목에는작은 구멍가게가 남아 있고, 어릴 때 만났던 풍경들의 흔적이 흐릿하게나마 살아 있다. 그래서 길을 걸을 때는 가능하면 골목길을 찾아서 걷는다. 오늘도 1 시간이 넘게 봄비 내리는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가는 방향은 정해져 있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선택된다. 대체로 좁고 허름한 쪽일수록 호기심을 느끼게 되어 찾아들게 된다. 집집마다 집의 모양이 다르고, 담장이 다르고, 마당에 자라는 나무들이 다르다. ..

사진속일상 2008.03.29

풍경(2)

문정희 시인은 '효자동 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은행잎들 우수수 밀려와 가을이 되면 나는 효자동에 가고 싶어라 효자동 골목길은 오래된 향내가 묻어 있는 길이다. 거기에는 새로 개발된 주택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고전적이며 낭만적인 분위기가 있다. 이런 효자동 골목길을 매일 지나다닐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축복받은 일이다. 효자동 골목길을 지나갈 때면 늘 눈길을 끄는 집이 있다. 밝고 화려하게 칠해진 빨간 대문집인데 저 집에는 왠지 작고 예쁜 사람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나도 저런 빨간 대문이 달린 집에 살고 싶어진다.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 때 우리 집 대문 색깔은 어두운 녹색이었다. 2. 3 년에 한 번씩 새로 칠을 하면서 페인트 가게에 가서 꼭그 어두침침했던 색깔만 고집했다. 10..

사진속일상 200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