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3

밤이 얼마나 되었나 / 김시습

밤이 얼마나 되었나, 아직 다하지 않았구나 숱한 별 찬란하여 빛발을 쏟누나 깊은 산 깊고 깊어 가물가물 어두운데 아아 그대는 어찌 이런 산골에 머무는가 앞에는 범과 표범 뒤에는 승냥이와 이리 게다가 올빼미 날아와 곁에 앉는 곳 인생살이란 뜻 맞음이 귀한 법 그대는 어이해서 홀로 허둥대는가 나 그대 위하여 오래된 거문고를 타려 하나 거문고 소리 산만하여 슬픔이 밀려오고 나 그대 위하여 긴 칼로 검무를 추려 하나 칼 노래 강개하여 애간장을 끊으리 아아 슬프다 선생이여, 무엇으로 위로하랴 삼동 이 긴긴 밤을 어이 한단 말인가 夜如何其夜未央 繁星燦爛生光芒 深山幽邃杳冥冥 嗟君何以留此鄕 前有虎豹後豺狼 況乃鵬鳥飛止傍 人生百歲貴適意 君胡爲乎獨遑遑 我欲爲君彈古琴 古琴疏越多悲傷 我欲爲君舞長劍 劍歌慷慨令斷腸 嗟嗟先生何以慰 ..

시읽는기쁨 2021.11.23

변덕스런 날씨 / 김시습

개었다가 비 오고 비 오다 다시 개고 하늘도 그런데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칭찬하다가는 다시 나를 헐뜯고 이름 피한다면서 도리어 이름 구하네 피고 지는 저 꽃을 봄이 어찌 주관하며 가고 오는 저 구름과 산이 어찌 다투리 바라건대 사람들아 이 말을 기억하라 평생 동안 즐거운 곳 어디에도 없느니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寄語世人須記憶 取歡無處得平生 - 변덕스런 날씨(乍晴乍雨) / 김시습(金時習) "雲去雲來山不爭(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는다)", 시를 읽어 내려가다가 여기에서 오래 멎는다. 하늘조차 변화무쌍한데 세상사야 오죽하겠는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인심은 더 말할 나위 없으리라. 돈, 건강, 명성, 그 어느 것이든 일일이 쫓아..

시읽는기쁨 2020.08.08

저물 무렵 / 김시습

천 봉우리 만 골짜기 그 너머로 한 조각 구름 밑 새가 돌아오누나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지만 다음 해는 어느 산 향해 떠나갈거나 바람 자니 솔 그림자 창에 어리고 향 스러져 스님의 방 하도 고요해 진작에 이 세상 다 끊어버리니 내 발자취 물과 구름 사이 남아 있으리 - 저물 무렵 / 김시습 萬壑千峰外 孤雲獨鳥還 此年居是寺 來歲向何山 風息松窓靜 香銷禪室閑 此生吾已斷 棲迹水雲間 - 晩意 / 金時習 새벽 안개가 낮이 되도록 자욱하다. 그저께 내린 첫눈의 자취가 남아 있는 뒷산도 안개 속에 잠겨 있다. 계절도 나이도 쓸쓸히 저물어간다. 저잣거리를 기웃거리지 말고 더 고독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책을 불사르고 방랑의 길에 오른 매월당을 생각한다.

시읽는기쁨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