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저물 무렵 / 김시습

샌. 2018. 11. 26. 10:10

천 봉우리 만 골짜기 그 너머로

한 조각 구름 밑 새가 돌아오누나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지만

다음 해는 어느 산 향해 떠나갈거나

바람 자니 솔 그림자 창에 어리고

향 스러져 스님의 방 하도 고요해

진작에 이 세상 다 끊어버리니

내 발자취 물과 구름 사이 남아 있으리

 

- 저물 무렵 / 김시습

 

萬壑千峰外 孤雲獨鳥還

此年居是寺 來歲向何山

風息松窓靜 香銷禪室閑

此生吾已斷 棲迹水雲間

 

- 晩意 / 金時習

 

 

새벽 안개가 낮이 되도록 자욱하다. 그저께 내린 첫눈의 자취가 남아 있는 뒷산도 안개 속에 잠겨 있다. 계절도 나이도 쓸쓸히 저물어간다. 저잣거리를 기웃거리지 말고 더 고독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책을 불사르고 방랑의 길에 오른 매월당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