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여산의 안개비 / 소동파

샌. 2018. 12. 10. 12:16

여산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여

가보지 못했을 땐 천만가지 한이었는데

가서 보고 돌아오니 별다른 것은 없네

여산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여

 

- 여산의 안개비 / 소동파

 

廬山煙雨浙江潮

未到千般恨不消

到得還來無別事

廬山煙雨浙江潮

 

- 廬山煙雨 / 蘇東坡

 

 

이번 겨울 첫 추위가 닥쳤다. 속물이어선지 소동파 하면 동파육이 먼저 떠오른다. 동파육에 연태고량주 한잔하면 딱 좋겠다. 추울 때는 독한 술이 제일이지. 그런데 지금은 장염약을 먹으며 속을 달래는 중이다. 소동파는 긴 유배 생활 중에도 자신만의 정신의 세계를 추구한 시인이었다. '산은 산, 물은 물'의 어원도 이 시가 아닐까. 선풍(禪風)이 감지되는 시다. 힘든 걸음 해서 가보지만 별다른 게 없다는 걸 아는 게 깨달음일까. 그러나 '별다른 게 없다'는 말에는 깊은 의미가 들어 있을 것 같다. 첫 연과 끝 연의 문구는 같아도, 느낌은 확연히 다르듯이.

 

정처 없는 인생 무엇과 같은가

응당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 같네

눈 위의 발자국 우연히 남았지만

기러기 날아간 곳 알 수 없어라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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