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사랑이 시들해질 때가 있지
달력 그림 같은 창밖 풍경들도 이내 무료해지듯
경춘선 기차 객실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다
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잠이 든 그 설렘도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던 끝날 것 같지 않은 그 떨림도
북촌 마을 막다른 골목 가슴 터질듯 두근거리던 입맞춤도
그냥 지겨워질 때가 있지
그래서 보낸 사람이 있지
세월이 흘러 홀로 지나온 길을 남몰래 돌아보지
날은 어둡고 텅 빈 하늘 아래 드문드문 가로등불
오래된 성당 앞 가로수 길에 찬바람 불고
낙엽과 함께 뒹구는 당신 이름, 당신과의 날들
빛바랜 누런 털, 눈물 그렁그렁한 선한 눈망울
영화 속 늙은 소 같은 옛날 사람
시들하고 지겨웠던, 휴식이고 위로였던 그 이름
늘 내 안에 있는 당신
이제 눈물을 훔치며 무릎을 내미네
두근거림은 없어도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 옛날 사람 / 곽효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하듯 사랑도 변한다. 무상(無常) 우주에 사랑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찌 봄의 달콤함과 여름의 뜨거움만 사랑이겠는가. 세월이 흐르면 사랑의 정조(情調)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두근거림이 없다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옛날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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