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사랑 / 김중

샌. 2018. 12. 25. 11:05

곱추 여자가 빗자루 몽둥이를 바싹 쥐고

절름발이 남편의 못 쓰는 다리를 후리고 있다

나가 뒈져, 이 씨앙놈의 새끼야

이런 비엉-신이 육갑 떨구 자빠졌네

만취한 그 남자

흙 묻은 목발을 들어 여자의 휜 등을 친다

부부는 서로를 오래 때리다

무너져 서럽게도 운다

아침에 그 여자 들쳐 업고 약수 뜨러 가고

저녁이면 가늘고 짧은 다리 수고했다 주물러도

돌아서 미어지며 눈물이 번지는 인생

붉은 눈을 서로 피하며

멍을 핧아줄 저 상처들을

목발로 몽둥이로 후려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 사랑 / 김중

 

 

곁불만 쬐며 살아왔다. 가까이 가면 너무 뜨거워 고개 돌렸다. 한 여인만이겠는가. 삶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진실로 삶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자서전을 쓰려 해도 소재가 없는 인생이 있다.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몽둥이로 후려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실존의 절벽에 자신을 몰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사랑을 안다고? 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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