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2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아파트 현관 앞에 라일락이 활짝 폈다. 드나들 때마다 강렬한 꽃향기에 취한다. 아줌마 한 분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라일락에 휴대폰을 갖다댄다. "오빠, 라일락 향기가 기가 막혀. 냄새를 맡아봐." 이 정도 바람이라면 폰으로 냄새를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라일락, 하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 떠오른다. 국어 시간에 처음 배운 시가 김용호 시인의 '오월의 유혹'이었다.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탑(塔)은 더 높아만 가고유유히젖빛 구름이 흐르는산봉우리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네게 맡기고, 사양(斜陽)에 서면풍겨오는 것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넌 이브인가푸른 유혹이 깃들여감미롭게 핀황홀한 오월 이미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 시를 읊던 국어선생님의..

꽃들의향기 2025.04.24

오월의 유혹 / 김용호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 탑은 더 높아만 가고 유유히 젖빛 구름이 흐르는 산봉우리 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 네게 맡기고, 사양에 서면 풍겨오는 것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 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 넌 이브인가 푸른 유혹이 깃들어 감미롭게 핀 황홀한 오월 - 오월의 유혹 / 김용호 내가 다닐 때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 표지를 열면 바로 이 시가 나왔다. 시 단원에 나오는 시가 아니고 교과서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오월의 유혹'이 실려 있었다. 국어 선생님이 이 시를 설명하던 말과 동작까지 선명히 떠오른다. 언젠가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에게 이 시가 기억나느냐고 물으니 하나같이 모른다고 했다. 별난 걸 다 기억한다고 오해까지 받았다. 그래서 다른 데서 본 걸 내가 착각하고 있..

시읽는기쁨 201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