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2

호라지좆 / 김중식

난 원래 그런 놈이다 저 날뛰는 세월에 대책 없이 꽃피우다 들켜버린 놈이고 대놓고 물건 흔드는 정신의 나체주의자이다 오오 좆같은 새끼들 앞에서 이 좆새끼는 얼마나 당당하냐 한 시대가 무너져도 끝끝내 살아남는 놈들 앞에서 내 가시로 내 대가리 찍어서 반쯤 죽을 만큼만 얼굴 붉히는 이 짓은 또한 얼마나 당당하며 변절의 첩첩 산성 속에서 나의 노출증은 얼마나 순결한 할례냐 정당방위냐 우우 좆같은 새끼들아 면죄를 구걸하는 고백도 못 하는 씨발놈들아 - 호라지좆 / 김중식 호라지좆은 천문동(天門冬)이라는 약초의 다른 이름이다. 어감으로 볼 때 처음에는 '홀아비좆'이었던 게 변형된 것 같다. 아마 천문동의 어느 부분이 거시기와 닮아서 이런 정겨운(?)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천문동의 뿌리는 강정제로 유명하다는데..

시읽는기쁨 2010.03.18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보고 싶지 않은 신문, 조선일보를 요즈음 들어서는 가끔 들쳐보고 있다.'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이라는 연재물 때문이다. 오늘 신문에 실린 시가 이것인데, 일독했을 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드..

시읽는기쁨 200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