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호라지좆 / 김중식

샌. 2010. 3. 18. 10:19

난 원래 그런 놈이다 저 날뛰는 세월에 대책 없이 꽃피우다 들켜버린 놈이고 대놓고 물건 흔드는 정신의 나체주의자이다 오오 좆같은 새끼들 앞에서 이 좆새끼는 얼마나 당당하냐 한 시대가 무너져도 끝끝내 살아남는 놈들 앞에서 내 가시로 내 대가리 찍어서 반쯤 죽을 만큼만 얼굴 붉히는 이 짓은 또한 얼마나 당당하며 변절의 첩첩 산성 속에서 나의 노출증은 얼마나 순결한 할례냐 정당방위냐 우우 좆같은 새끼들아 면죄를 구걸하는 고백도 못 하는 씨발놈들아

- 호라지좆 / 김중식

호라지좆은 천문동(天門冬)이라는 약초의 다른 이름이다. 어감으로 볼 때 처음에는 '홀아비좆'이었던 게 변형된 것 같다. 아마 천문동의 어느 부분이 거시기와 닮아서 이런 정겨운(?)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천문동의 뿌리는 강정제로 유명하다는데, 옛날 중국의 어느 사람은 이 천문동 뿌리를 먹으면서 80명의 첩을 두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좌파교육 때문에 극악무도한 흉악범과 아동 성폭력범들이 생긴다."한나라당의 원내총무라는A가 한 말이다. 그리고는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경쟁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전교조 빨갱이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개소리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기로 했지만 어제는 나도 정말 열 받았다. 도대체 교육을 망치고 있는 게 누군데, 누가 누구에게 훈계를 하는가? 백 보를 양보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치자. 최소한의 자기 성찰조차 보이지 않는 저 당당하고 철면피 같은 뻔뻔스러움은 뭐라고 해야 하나. 시인의 말대로 정말 좆같은 새끼들이 나라를 맡아서는 좆같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 이 씨발놈들아, 제발 입 다물고 호라지좆이나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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