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먼산 바라기 / 박찬

샌. 2010. 3. 6. 19:14

산을 오르는 것은 거기 산이 있어서만이 아니다. 산 너머 풍경이 그리운 때문이다. 산기슭 어느 한적한 마을이 그려지는 것이다. 산을 넘으면 또 산. 그 너머 널따랗게 펼쳐진 들을 지나 뉘엿뉘엿 해 넘어가는 산 그 어디쯤.... 피처럼 나를 당기는 풍경이 그리웁기 때문이다. 그 풍경, 실은 나도 몰라, 산 넘어 산마을 지나, 강 건너 들을 지나 해지는 서산을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다. 끝없이 먼산 바라기를 하는 것이다.

- 먼산 바라기 / 박찬

'먼.산.바.라.기.'로 블로그의 문패를 바꾸었다. '먼산바라기'는 그저 먼 산을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는 뜻의 순수한 우리말이다.이 말에 담긴이미지를 그리다 보면 어릴 적 따스한 햇살 비치는 툇마루에서 나른하게 먼 산을 바라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열병을 앓고난 뒤에 몸을 추스려 문밖으로 나온 참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땅따먹기를 하고 재잘거리며 놀고 있다. 나는 창백한 얼굴로 먼 산을 아득히 바라본다. 산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거기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어른이 되면 아버지의 손을 잡지 않고도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 먼산바라기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며,현실을 살고 있는 자의 현실을 넘어서려는 초월적 시선이다. 그 먼산바라기의 시선이 지금도 여전히 그립다. 끝없이 먼산바라기를 하는 소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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