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2

나그네 /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나그네 / 박목월 이 시가 써진 1940년대 초는 일제의 수탈이 극성을 부릴 시기였다. 감옥에 갇힌 애국지사들도 많았고, 피를 토하듯 나라의 광복을 염원하는 시를 지은 시인들도 있었다. 이육사의 '광야'도 이 시기에 나왔다. 박목월의 '나그네'는 암울한 현실을 외면하고 너무 낭만주의에 경도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밀밭 길' '술 익은 마을' 등 풍요를 상징하는 어구는 당시 민중의 삶을 배반한 느낌마저 든다. 이 시는 학창 시절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한때 나의 애송시였지만 시대 상황과 연관시켜 보게 된 것은 한참 뒤였다. 박목월은 1970년대..

카테고리 없음 2023.03.03

나그네로 살고 싶다

나그네는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그는 하나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그네는 소유하지 않는다. 그의 짐은 작고, 발걸음은 가볍다. 나그네는 길 위의 사람이다. 길에서 만나는 모든 존재를 사랑한다. 나그네는 겸손하고 너그럽다. 그는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나그네는 조심스럽다. 그의 언행은 얇은 얼음판을 건너는 사람처럼 조심스럽다. 나그네는 순례자다. 그의 걸음은 삶의 의미로 차있다. 나그네로 살고 싶다. 누구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세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나그네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인류가 유목 생활을 떠나 땅에 정착하면서, 땅에다 금을 긋고 자기 소유물을 축적하면서 지금의 문화가 태어났다. 지금 우리가 건설해 놓은 사회는 이해관계와 경쟁과 투쟁으로 얽혀있다. 거기서는 모두가 서로에게..

길위의단상 200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