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괴산 12

오가리 느티나무(3)

가을물 든 이 느티나무를 보고 싶었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천연기념물 382호로 지정되어 있으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느티나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지난 두 차례 방문에서는 초록잎이 무성한 여름이었다. 두 그루 중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를 상괴목, 도로 쪽 아래에 있는 느티나무를 하괴목이라 한다. 밑의 사진은 하괴목이다. 아래는 상괴목이다. 때가 좀 더 지나야 갈색 옷으로 갈아입을 것 같다. 하괴목에 비해 상괴목은 아직 녹색 기운이 많이 남아 있다. 바로 이웃하고 있지만 나무마다 개성이 다르다. 같은 나무라도 햇빛을 받는 양에 따라 잎이 변색되는 정도가 다르다. 이런 거목일 수록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완전히 무르익은 건 아니지만 두 노거수의 가을을 만나고 왔다.

천년의나무 2019.11.05

지경리 느티나무

이런 나무를 보면 너무 안스럽다. 옛날에는 마을 어귀에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던 나무였을 것이다. 앞길로는 고작 달구지나 마차가 지나가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바로 옆으로 아스팔트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게 되었다. 통행에 방해된다고 도로 쪽 나뭇가지는 잘려나갔다. 밤낮없이 소음과 불빛에 시달려야 한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나무 주변은 온통 시멘트로 발랐다. 더는 나무 밑에 와서 쉬는 사람도 없다. 농촌의 많은 당산나무가 이런 신세로 전락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2.11.02

오가리 느티나무(2)

4년 만에 다시 이 느티나무를 만났다.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 곡식, 인심이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 오가리 우령마을 역사도 800년이나 되었다. 처음 이 느티나무를 만났을 때 800여 년이라는 나이뿐만 아니라 굵은 줄기와 우람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 뒤로 느티나무 하면 바로 이 오가리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이번에는 괴산을 지나다가 우연히 다시 들리게 되었다. 그때는 앞 도로가 공사중이었는데, 지금은 넓게 뚫려 있다. 공원 안에는 두 그루가 있는데 이 느티나무는 아래에 있다고 하여 하괴목(下槐木)이라고 한다. 품새가 단정해서 곱게 늙으신 할아버지 같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성황제를 지내는 곳도 이 나무 앞이다. 상괴목이다. 하괴목에 비해 키는 더..

천년의나무 2012.08.26

연풍초 느티나무

첫인상은 단정한 단발머리 소녀 같았다. 시골 초등학교에 잘 어울리는 느티나무였다. 충북 괴산에 있는 연풍초등학교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한 그루은 정문 옆에 있고, 한 그루는 교사 앞 놀이터에 있다. 놀이터에 있는 느티나무는 아이들의 동무 역할을 하고 있다. 옆으로 뻗어나간 줄기가 아이들이 올라가 놀기 좋게 생겼다. 이곳은 예전에 연풍 관아가 있던 터 같다. 운동장에 동헌 건물이 남아 있다. 지금은 수리중이라 어수선하다. 인근에도 오래된 관청으로 쓰인 듯한 한옥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그러므로 이 느티나무들은 옛날 관청의 조경수로 심어졌을 것이다. 연풍초등학교도 역사가 오래 되었다. 1908년에 문을 열었다니 100년이 넘었다. 운동장에는개교 1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두 느티나무..

천년의나무 2010.11.04

각연사 피나무

충북 괴산에 있는 각연사(覺淵寺) 비로전 앞에 피나무가 한 그루 있다. 대개 보리수나무라 부르는데 절에서 잘 심는 나무다. 불교에서 보리수(菩提樹)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부처님이 오랜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 지방에서 자라는 보리수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보리수와 닮은 피나무를 대용으로 절에 심는 것이다. 이 피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피나무 껍질은 굉장히 질겨서 옛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했다. 지게나 미투리, 망태 등 피나무 껍질로 많은 것을 만들어 썼다. 그래서 피나무의 ‘피’는 껍질[皮]을 의미하는 말이다. 보리수나무라고 하면 헛갈리기 쉽다. 석가모니의 보리수는 핍팔라(Pippala)라 불리는 인도보리수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수로..

천년의나무 2010.10.29

공림사 느티나무

고목 중에서 느티나무가 가장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천 년 이상된 느티나무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대략 스무 그루 정도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여기 공림사의 느티나무도 그중의 하나로 천 년의 나무다. 공림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여러 그루 있는데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 끝에천 년의 느티나무가 있다. 말이 천 년이지 천 년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 나무가 자리한 곳에는 큰 바위가 있는데 둘은 무척 잘 어울려 보인다. 그러나 나무에게 바위는 또 아득한 존재일지 모른다. 줄기는 천 년의 연륜이 새겨진 듯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말 그대로 괴목이다. 그러나 상체는 줄기에 비해 허약하다. 나무는 긴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수족을 잃었을 것이다. 줄기 둘레는 ..

천년의나무 2010.08.19

오가리 느티나무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만나러 갈 때는 해가 기우는 저녁 무렵이었다. 면소재지는 도로 공사로 어수선했다.나무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길에서 일하고 있던 인부에게 물으니 바로 가르쳐 주었다. 작은 다리를 건너니 우령마을 안내판이 나오고 바로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눈에 띄었다. 오가리(五佳里)는 산, 물, 땅이 좋고 곡식과 인심까지 좋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마을 안내판도 친절하고 재미있었다. 마을 전경을 찍은 사진에 집집마다 주인 이름을 적어 놓아서 누구라도 쉽게 집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여기는 원래 세 그루의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어 삼괴정(三槐亭)으로불렸다고 한다. 약간 높은 곳에 있는 느티나무를 상괴목이라 하는데 줄기 둘레 8 m, 높이 25 m로 하괴목보다 더 크다. ..

천년의나무 2008.10.29

삼송리 왕소나무

괴산은 나무의 고장답게 멋진 노거수들이 많지만 나무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것 같다. 적어도 천연기념물 나무는 도로변에 안내 표시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청천면 삼송리에 있는 이 왕소나무도 길을 지나치고 몇 번을 물어서야 찾아볼 수 있었다. 마을 뒤 작은 언덕 위에 있는 이 소나무에서는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땅에서 힘차게 솟아오른 줄기는 둘로 갈라졌는데 기묘하게 비틀리면서 올라가고 있다. 회오리바람의 용틀임이 연상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왕송(王松), 또는 용송(龍松)이라고 부르는가 보다. 언덕에는 이 나무 외에도 여러 그루의 소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나무가 단연 으뜸인 것은 물론이다. 다른 나무들은 임금을 호위하는 문무백관들 같다. 삼송리(三松里)라는 지명은 세 그..

천년의나무 2008.10.22

청용리 느티나무

참 이쁜 느티나무다.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자태가 곱고 단아하다. 단정히 머리를 빗고 앉은 고운 여인네를 보는 것 같다. 이 느티나무는 괴산군 청안면 청용리에 있는데 나이는 300 살 쯤 되었다. 나무의 높이는 15 m, 줄기 둘레는 5.5 m이다. 그런데 들판에 있는 이 느티나무는 조금은 외로워 보인다. 느티나무는 아무래도 마을에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사람의 생각이고, 느티나무는 차라리 저 장소가 자유롭고 좋을지 모른다. 바람이 거침없이 지나가는 길에서 밤이면 별 친구들도 맘껏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천년의나무 2008.10.22

읍내리 회화나무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옛 동헌 건물 옆에 이 회화나무가 있다. 지금은 울타리 밖이지만 옛날에는 관아 건물들 사이에 있었을 것이다. 회화나무와 관청은 잘 어울리는데, 예부터 선비들이 좋아했던 나무였기 때문이다. 이 회화나무는 숙종 29년(1703)에 생원과 진사에 급제한 사람들이 친목과 행정 자문, 그리고 학문을 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당시 동헌 옆에 심었다고 한다. 그러니 수령은 300여 년 쯤 되는 셈이다. 나무의 크기는 높이가 16 m, 줄기 둘레는 3.8 m이다. 줄기는 두 갈래로 갈라져서 방사상으로 퍼져 있다. 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주변은 어수선하다. 천연기념물에 올리는 것도 고려중이라는데 좀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08.10.17

읍내리 느티나무

청안면 읍내리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가던 길에 읍내리 경찰 지구대 옆에 있는 이 느티나무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렇듯 예기치 않게 새 나무를 알게 되는 경우는 그 기쁨이 더욱 크다. 더구나 이 느티나무는 사람의 시선을 당기는 마력이라도 있는 듯 했다. 엄청나게 굵은 줄기와 그에 비해 왜소한 가지의 불균형이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고려초에 심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수령은 1천 년이 족히 넘는다. 사실이 그렇다면 대단한 나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보호수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은 걸 보니 얼마까지 믿어야할 지는 의문이다. 나무는 거대한 줄기에 비해서 상체는 매우 왜소하다. 아마 가지들이 죽고 새 가지가 자랄 여력이 없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줄기도 뒷부분은 거의 썩어 없..

천년의나무 2008.10.17

읍내리 은행나무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 청안초등학교 운동장에 천년 은행나무가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고려 성종(981-997) 때 이 고을의 성주가 '청당(淸塘)'이라는 연못을 파고 둘레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나무가 이 은행나무라고 한다. 연못 자리가 지금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변했고, 나무는 운동장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이 나무 속에는 귀 달린 뱀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어 아무도 이 나무를 해할 수 없었다고한다.그런 덕분에 천년의 세월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나무의 높이는 17 m, 줄기 둘레는 7.1 m이다. 나무는 연륜에 비해서는 그렇게 우람하지는 않지만,줄기는 천년 세월을 말해주듯 굵고 우락부락하다. 이 나무를 찾아간 날, 학교는 수업중이라 조용했고 땅에는 노란 은행알이많이..

천년의나무 2008.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