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원주 15

반계리 은행나무(3)

이 나무와는 13년 전에 처음 대면했다. 노란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강렬함에 넋을 뺏긴 기억이 난다. 10여 년이 흘렀어도 마찬가지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은행나무 중 제일 선연한 노란 색깔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균형 잡힌 몸매도 아름답다. 800년 된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때에 비해 주변은 잘 정리되었다. 마을 가운데 있지만 공터가 넓어서 여유가 있다. 혼자였다면 더 오래 머물렀을 것이다. 지는 석양을 받을 은행잎은 더욱 환상적일 것이라고 상상을 해 본다. 가을이 되면 꼭 찾아보고 싶은 나무 중 하나다.

천년의나무 2017.11.10

대안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279호로 지정된 느티나무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데, '원성 대안리 느티나무'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는 걸 보니 전에는 이곳이 원성군이었던 것 같다. 거목이면서 단정한 모양새가 우리나라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마을에서 약간 비켜난 산자락에 있다. 느티나무 주변은 축대를 쌓아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나무 밑에 쉴 수 있는 평상이나 의자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편안한 느낌의 이런 나무를 보면 나무 아래서 잠시나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마을 사람들은 여기까지 찾아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무 높이는 24m, 줄기 둘레는 8.1m, 수관은 동서로 26m, 남북으로 21m다. 나이는 4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는 약 2m 높이에서 둘로 갈라져, 전체적으..

천년의나무 2017.08.24

대안리 소나무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소나무다. 곧게 자라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진 모양이 자랑거리였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가지 반쪽은 잘려 나갔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옛날 온전했던 모습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안내문에 수령이 700년이라 되어 있는데, 이곳의 생육 환경으로 봤을 때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키는 13m, 줄기 둘레는 3.1m인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8.24

서곡리 소나무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에 있다. 용수골이라 불리는데 백운산과 연결되는 계곡이 있어 물이 좋다. 주변은 여름 물놀이 장소로 유원지 분위기가 난다. 이곳에는 150년 정도 된 소나무 예닐곱 그루가 개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전에는 훨씬 많은 나무가 있었음 직하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제각각 특이한 모습으로 서 있는 소나무가 시야를 당기는 곳이다.

천년의나무 2017.08.23

용소막성당 느티나무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 중앙선 열차를 타고 고향을 오갔다. 서울로 갈 때 왼쪽 자리에 앉아 있으면 멀리 이 성당이 보였다. 나무가 있는 풍경이 평화스럽게 보여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서까지 오래 바라보곤 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대여섯 시간 동안 창밖을 스친 풍경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성당을 둘러싼 나무의 인상이 깊었다. 언젠가는 저 성당에 찾아가 봐야지, 하고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때로부터 50년 만에 용소막성당에 들렀다. 느티나무는 옛날의 느낌처럼 아름답고 단정했다. 오래된 성당 건물도 운치 있고 경건했다. 성당과 느티나무가 어울린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켰다. 원주시 신림면에 있는 용소막성당은 시잘레 신부가 1915년에 완공하였으니 백 년이 넘었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

천년의나무 2017.07.20

행구동 느티나무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때가 가끔 있다. 이 나무가 그랬다. 크고 오래된 것은 둘째치고, 모습이 예쁘고 단정하다. 쓰다듬어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1.000년으로 되어 있다. 정말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나무줄기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나무 높이는 22m, 줄기 둘레는 8.5m다. 나무가 자라는 주변 환경도 넓고 여유가 있다.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두 개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어르신을 위한 게이트볼장이 있어서 운동 후 여기서 쉬기에 좋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 밝고 환한, 치악산 아래 원주시 행구동 오리골에 있는 느티나무다.

천년의나무 2017.07.14

거돈사지 느티나무

천 년의 거목이다. 원주시 부론면 거돈사지에 있다. 거돈사(居頓寺)는 신라 시대에 창건되고 고려 초기에 번창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넓은 절터에는 삼층석탑만이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다. 폐사지 입구 축대 가장자리에 이 느티나무가 있다. 예전에는 절을 찾아오는 순례객을 제일 먼저 맞아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절이 무너진 지 400년이 넘었다. 수많은 인간의 사연들이 허공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본 느티나무의 심정은 어떠할까. 느티나무 옆에 서 있으면 덧없는 생의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흥하고 쇠하는 만물의 이치를 온몸으로 터득한 성자처럼 느티나무는 묵묵히 서 있다.

천년의나무 2014.04.15

구룡사 은행나무

절집의 나무들은 대체로 순하고 단아하다. 원주 치악산에 있는 구룡사 은행나무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단정한 매무새가 참하다. 이 나무 때문에라도 절에 들 때면 옷깃을 여미게 된다. 나무는 가지가 많이 퍼져서 사방 어디에서 보더라도 부채꼴 모양이다. 마치 공작이 활짝 날개를 편 것 같다. 안내문에는 키가 19m, 나이는 200살로 나와 있다. 여느 보호수에 비해 나이는 적지만 절 입구에서 가장 먼저 중생을 맞아주는, 부처의 마음을 닮은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10.28

노림리 느티나무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노림(魯林)은 이름으로 볼 때 숲과 관계된 지명으로 보인다.그래선지 오래된 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현재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하나는 도로 옆에, 다른 하나는 도로 가운데에 있다. 나무를 가운데 두고 양 방향의 도로가 지나간다. 둘 다 수령은 200년 가량 되었다. 옛날에는 꽤 큰 마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곳은 남한강과 그 지류인 섬강을 옆에 끼고 있다.강둑을 따라 자전거 길이 휑하니 뚫려 있다. 최근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만들었다.넓은 공원에도 사람을 보기 어렵다. 나무라도 많이 심는다면 썰렁한 풍경이 좀 가려지기나 할까?

천년의나무 2012.05.12

법천사지 느티나무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법천사지가 있다. 법천사(法泉寺)는 고려 중기 법상종(法相宗)의 대표적인 사찰이었다. 무신정권 이전까지는 지방 문벌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번창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후 지금까지 폐사로 남아 있다. 폐사지를 느티나무 한 그루가 묵묵히 지키고 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괴목이다. 특히 줄기가 특이한데 사람이 드나들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도 잎을 보면 수세가 왕성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촌로께서 잎이 이렇게 무성하니 풍년이 들 모양이라고 혼잣말을 하신다. 수령이 얼마쯤 되었느냐니까 잘 모르겠단다. 500년은 넘어 보인다고 하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라고 하신다. 이 정도의 나무라면 보호수로 지정되었을 만한데 나무에 대한 설명이 없어 ..

천년의나무 2012.05.09

강원감영 느티나무

원주시 일산동에 있는 강원감영터는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강원도 일대를 다스렸던 감영이 있던 곳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원주군청이 있다가 이전하고 지금은 감영 건물의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도 관찰사의 집무실이었던 선화당(宣化堂) 뒤에 6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윗부분이 많이 상했고 점점 노쇠해져가는 게 안타깝지만 V자 형의 줄기는 아직 당당하다. 나무 키는 25m, 줄기 둘레는 6m다. 이 나무는 줄기에있는 송이버섯 모양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직접 보니 남자의 거시기와 민망할 정도로 닮았다. 크기도 만만찮다. 옛날에는 자녀를 못 낳은 여인네들이 이 나무 앞에서 몰래 치성을 드렸다 한다. 하여튼 재미있게 생긴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2.04.08

반계리 은행나무(2)

반계리 은행나무는 터에 가까이 있어서 앞으로 지나다니며 멀리서나마 자주 보게 된다. 가끔 마을로 들어가 가까이서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나무가 주는 인상이 무척 부드럽고 단아하다는 것이다. 마치 외딴 산골에 살고 있는 고운 처자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나무 밑동을 보면 800년으로 추정되는 나이가 허튼 세월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800년 전이면 조선 왕조가 생겨나기도 훨씬 전이니긴세월의 연륜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이에 비해서는 지금도 무척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편이다. 안내문에 보면 이 나무는 예전에 이곳에 많이 살던 성주 이씨 가문에서 심었다고도 하고, 어떤 도사가 이곳을 지나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신 후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 놓고 간 것..

천년의나무 2005.11.01

반계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라는 반계리의 은행나무이다(천연기념물 167호). 마침 터에 가까이 있어서 찾아가 본 날, 가을 아침 햇살 아래서 노랗게 타오르는 불꽃같은 멋진 자태가 그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웠다. 원주에서 여주 방면으로 옛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이 나무가 있다. 행정지명으로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이다. 나이는 8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35m, 줄기둘레 17m, 옆으로 퍼져있는 길이만도 38m에 달한다. 안내문에 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 속에 커다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긴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은행나무과에서 오직 일 속, 일 종만 있으며, 저희들끼리도 숲을 이루지 못하는 독립수..

천년의나무 200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