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제주 15

명월리 팽나무 군락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팽나무 군락지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하천변을 중심으로 수령이 5백 년 된 팽나무 6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팽나무가 워낙 자유롭게 자라는 나무다 보니 줄기와 가지의 생김새가 전부 다르고 독특하다. 볼만한 광경이다. 팽나무는 그 생김새 때문에 여름보다는 겨울에 보는 게 더 멋있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은 해변의 관광지와 멀어서 조용하고 깔끔하다. 이곳 명월리도 그렇다. 명월리에는 16세기 후반에 군위 오씨가 들어오면서 주성을 이루게 되었다. 마을은 꽤 넓다. 주민이 늘어나며 마을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개울을 따라 팽나무가 심어진 것 같다. 명월리는 가수 백난아 씨의 고향이라고 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며 머릿속에는..

천년의나무 2019.03.12

어음리 팽나무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있는 팽나무다. 수령은 400년 정도 되었고, 나무 높이는 18m, 줄기 둘레는 4.8m다. 나무는 전체적으로 가지가 많이 상했고, 줄기에도 옹이가 많이 생겨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겪은 풍상을 말해주는 듯하다. 제주 4.3 사건 때 어음리도 큰 피해를 봤다고 한다. 그때의 고통이 나무에 새겨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잔하게 바라보게 되는 제주의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9.03.10

유수암리 팽나무

제주도에는 팽나무가 많다. 어떤 마을에는 수십 그루 고목이 자라기도 한다. 이 팽나무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流水岩)리에 있다.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된다. 나무 높이는 7m, 줄기 둘레는 3.4m다. 마을 이름으로 봐서는 마을을 지나는 개울이 있는 것 같다. 깔끔한 마을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나무는 돌담 옆에 두 그루가 붙어서 자라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인다. 가까이 또 다른 나무가 있다. 나무 하나에는 담쟁이덩굴이 기어 올라가 줄기를 덮었다. 나무 생육에는 방해가 될 텐데 그대로 두고 있다. 식물끼리는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사는지 모르겠다.

천년의나무 2019.03.07

새천년비자나무(2)

제주도 비자림에서 자라는 비자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키는 14m, 굵기는 어른 네 아름에 이른다. 안내문에 보면 고려 명종 20년(1189)에 태어났다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수령이 800년이 넘는다. 11년 전에 이 비자나무를 처음 만났다. 그 뒤로 제주도에 들리면 이 비자나무를 찾아보곤 했다. 이번에는 장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였다. 비자나무는 자유분방한 나무다. 개성이 강해서 수형도 갖가지다. 그런데 새천년비자나무는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히고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랬으니까 오랜 세월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앞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깊이를 생각한다. 비자나무는 찾아왔다가 사라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7.05.19

구좌읍 비자림

10년 만에 다시 찾은 숲이다. 인간에게는 짧다고 할 수 없지만 수백 년을 살아가는 비자나무에게 십 년은 잠깐일지 모른다. 제주도 구좌읍 비자림은 500년이 넘는 비자나무 2천여 그루가 자라는 숲이다. '새천년비자나무'라 이름 붙은 수령 820년의 나무가 제일 오래되었다. 상록수라 겨울에도 초록의 잎으로 가득하다. 비자나무 재질은 부드럽고 습기에 강해 관이나 배 만드는 재료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특히 바둑판은 비자나무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돌을 놓으면 표면이 들어갔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이 된다고 할 정도로 탄력이 좋다. 현재 생산되는 비자나무 바둑판은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로 만드는 것 같다. 오래된 비자나무 사이를 걸으며 1시간 정도 산책할 수 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황토로 된 숲길이다..

천년의나무 2016.01.24

저지리 팽나무

저지오름을 찾아가다가 만난 팽나무다. 오름 가까이 있는 저지리는 꽤 큰 동네다. 나무는 동네에서 저지오름 가까운 곳에 있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350년이고, 나무 높이는 7m, 줄기 둘레는 2.2m로 나와 있다. 이런 큰 나무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육지에서 버드나무가 하는 역할을 제주도에서는 팽나무가 한다. 제주도에는 많은 팽나무 노거목이 있다고 알고 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이 나무들을 찾아보도록 해야겠다.

천년의나무 2016.01.16

산천단 곰솔

예로부터 제주도에 목사가 부임하면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가 천제(天祭)를 지냈는데, 길이 험하고 날씨가 나쁘면 이곳 산천단(山川壇)에서 대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산천단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곰솔 여덟 그루가 있다. 500년 정도의 수령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이 드신 곰솔이다. 키도 20m 내외에 이를 정도로 크다. 곰솔이 내뿜은 기상이 대단하다. 나무 아래 초가집 한 채 있다면 추사의 세한도를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천년의나무 2014.06.18

수산리 곰솔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수산저수지 옆에 서 있는 천연기념물 곰솔이다. 제주도에는 나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서 찾는데 애를 먹었다. 내비에 주소를 찍어도 엉뚱한 곳으로 안내했다. 천연기념물이라면 도로에서 들어가는 입구에 안내판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무를 처음 본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힘들게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천연기념물 정도 되면 그 나무만의 독특한 위엄과 아름다움이 있는 법이다. 수산리 곰솔을 옆에서 보면 마치 부채춤을 추는 모양이다. 균형이 맞지 않는 게 도리어 멋진 자태를 만들었다. 겨울에 눈을 이고 있으면 백곰이 저수지 물을 먹으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상이 된다고 한다. 곰과 곰솔은 언어적으로도 잘 어울린다. 이 나무는 400여 년 전 수산리가 생길 때 어느 집 ..

천년의나무 2013.12.18

교래리 팽나무

제주도가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건 나무 종류가 육지와 다른 때문일 것이다. 야자수 가로수라도 만나면 더할 나위도 없다. 길을 걷다가 보면 나무 이름이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현지 주민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 나무도 육지 같았으면 십중팔구 느티나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느티나무가 육지만큼 흔하지 않다. 중부 지방에서 느티나무의 위치를 이곳에서는 팽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18번 도로변에 있는 이 팽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되었다. 높이는 16m, 줄기 둘레는 4.5m다. 팽나무를 제주도 사람들은 '퐁낭'이라고 부른다.

천년의나무 2013.12.17

정방동 후박나무

후박나무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 지방에서는 보기 어렵다. 반면에 남쪽 지방에서는 오래된 후박나무가 많다. 후박나무 껍질은 말려서 한약재로 쓴다. 울릉도 호박엿이라는 건 원래 후박나무 껍질을 넣어 만든 후박엿이었다고 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호박을 넣어서 만드니 호박엿이 맞지만, 원조는 후박이라는 것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포기상대 구내에 있는 이 후박나무는 수령이 450년이 되었다. 나무줄기에서 그 연륜이 느껴진다. 키는 10.5m, 줄기 둘레는 4.6m다. 원래는 두 그루가 있었는데 한 나무는 태풍 피해를 입어 베어졌다고 한다.

천년의나무 2013.12.16

서귀동 팽나무

화가 이중섭은 1951년 한국전쟁 때 제주도 서귀포에서 1년가량 머물렀다. 네 가족이 좁은 방 하나에서 살았지만 그에게는 제일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화가가 살았던 집에는 당시 집주인이었던 할머니가 지금도 살고 계신다. 주변은 이중섭 미술관을 비롯해 문화의 거리로 변모했다. 집 앞에 있는 이 두 그루의 팽나무는 화가가 제주도 생활을 할 때 쉼터 역할을 했던 나무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의 소재가 된 나무다. 수령은 200년 정도 되었다. 근처에 있는 아래 향나무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작품 구상을 위해 이 향나무 아래서 자주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이중섭의 체취가 묻어 있는 나무들이다.

천년의나무 2013.12.15

성읍리 느티나무

지난 달에 제주도 성읍민속마을을 찾아들어가니 집집마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안내를 자청했다. 알고 보니 이렇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하고 나중에 특산품을 사 가라고 권유한다고들 한다. 나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유롭고 둘러보고 싶어도 주민들 시선이 부담이 돼 망설이게 된다. 마치 현대식 쇼핑 매장에서 점원들의 호객 행위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민속적인 면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느티나무에 대해물으니 실망하는 눈치로 위치를 알으켜 준다. 성읍마을은 조선시대 약 500 년간 지금 식으로 하면 군청 소재지에 해당되는 지역이었다. 그 전 고려 시대 때부터 이곳에 나무가 울창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수령 1천 년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의 역사도 그 때까지 올라가는 것 같다. 길..

천년의나무 2006.03.13

서광다원 차나무

중국에서 시작된 차(茶)문화는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7세기 주나라 때에 이미 차를 마셨고, 기원전 2세기에는 차나무의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선덕여왕 때에 당나라에서 들여와 즐겨 마셨다고 하니, 차나무는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동안 인연을 맺으며 함께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차나무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고려 시대 때 궁중에 차를 공급하는 관청을 ‘다방(茶房)’이라고 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차는 승려나 왕족 등과 같은 상류 계급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조선 시대에 들어서는 불교가 쇠퇴하며 더욱 위축되었는데 차를 마시는 습관이 서민층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의 차문화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발달되지 못한 이..

천년의나무 2006.02.22

새천년비자나무

북제주군 구좌읍에있는 비자림을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몇 번의 제주도 패키지 여행에서는 한 번도 소개받지 못한 곳이었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비자림은 놀라움과 신비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예전에 여기 왔더라도 나무에 관심이 없었을 때니 그저 심드렁했을지도 모른다. 비자나무 하면 최고급 바둑판으로 사용되는 정도로알고 있던 게 전부였다. 물론 이제껏 비자나무를 직접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비자나무 숲 속에서 최고의 호사를 누린 것이다. 이 숲 속에 들면어떤 신비스러움과 경외감에 사로잡히게된다. 숲에서 나오는 알지 못하는 기운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걸음은 느려지고 입은 다물어지며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 지역 마을 사람들 또한 비자림을 ..

천년의나무 200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