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3

소년

"어른인 척하는, 늙고 덩치만 큰 어린아이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소년을 품은 어른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소년을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년을 잘 간직한 채 성장하여, 어느 한 계절도 빈 곳 없이 속이 탄탄한 나무처럼, 섬세하고 집요한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소년의 아름다움과 도도함을 고이 잘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정신분석가인 이승욱 선생이 쓴 의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은 지은이가 자신의 소년 시절을 정신분석가답게 고스란히 드러내고 해석을 한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내 소년 시절이 겹쳐졌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최초의 기억인 원체험(原體驗)이다. 이 기억이 한 사람의 정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냥 기억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

읽고본느낌 2022.10.20

내 어릴 적 겨울에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 같은 층에 사는 네 가구만 봐도 노인은 우리뿐이고 다른 세 집은 3, 40대 부부 가정이다.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도 여섯 명이나 된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안에서 아이들 보기는 힘들다. 등교할 때 잠깐 북적이지만 다른 시간에는 조용하다. 다들 어디로 숨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에도 다르지 않았다. 제일 넓은 공터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도 운동하기 위해 나온 어른들이 많지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손주를 봐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에서 엄마와 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친구와 노는 시간은 태권도학원에 나가서다. 요사이 아이들은 제멋대로 뛰어노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화된 틀에 따라 움직인다. 그걸 보면 붕어..

길위의단상 2021.01.03

놀이터의 아이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명랑하다. 늘 텅 비어있기만 한 아파트 단지의 작은 놀이터인데 오늘은 왠일인지 아이들로 북적댄다. 기구에 매달려 깔깔거리는 아이도 있고, 이러저리 쫒고 쫒기며 달음질치는 아이들도 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거리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병아리들의 지저귐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풍경이 정겨워서 절로 미소가 인다. 그러나 당연한 풍경이 이젠귀하게 느껴지는 세태가 된 것 같아 씁쓰름하기도 하다. 방과 후의 학교 운동장에도 뛰어노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인문계 고등학교쯤 되면 한낮인데도 운동장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예전 우리 때만해도 자리를 잡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요즘은 시분을 다투는 학생들 스케줄이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 ..

사진속일상 200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