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 10

다육이(7)

이곳으로 이사를 온 초기에는 다육이를 사 모으고 정성들여 키웠다. 대여섯 해 반짝했을까, 그 뒤로는 거의 방치 상태가 되었다. 물을 주는 것도 늘 때가 늦어서 쭈글쭈글해질 정도가 되어야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물통을 든다. 다행히 다육이는 물이 부족해도 잘 버텨냈다. 반면에 풍란은 반 이상이 말라죽었다. 시간이 흐르면 관심은 멀어지고 열정은 시든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이 무서워 야박하게 내치지 못한다. 상대를 향한 미안하고 안스러운 마음이 고운 정 미운 정이 아닐까. 십 년 넘게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다육이들이다. 창 밖 낙숫물 소리에 더욱 배가 고플 너희들을 위해 오늘은 시원하게 목을 축여주려무나!

꽃들의향기 2023.05.28

다육이(6)

올 봄에는 베란다에 있는 다육이 중 두 분에서 꽃이 피었다. 긴 꽃대가 나오더니 하나는 작은 흰 꽃이, 다른 건 탐스런 노란 꽃이 달렸다. 흰 꽃에서는 난초 분위기가 풍긴다. 마치 말미잘이 붙어 있는 것 같다. 꽃은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 다육이 화분 중 어디에서 꽃이 필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다. 재스민 화분에서도 순백의 바람개비 모양의 꽃이 피었다. 향기가 좋아 거실에 옮겨 놓고 재스민 향기를 즐기고 있다. 꽃 복판에 있는 옐로우홀에서 제트기류처럼 뿜어져 나오는 향 입자를 상상해 본다. 별과 달리 회전하지 않아도 꽃은 충분히 역동적이다.

꽃들의향기 2016.05.06

고향집 다육이

통화를 시작하면 어머니는 "니 어데 아프나?" 라며 먼저 묻는다. 단순한 자식 걱정이라기보다 내 목소리가 그 정도로 비실비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전화기로 전해오는 어머니 목소리는 스무 살 젊은이보다 더 카랑카랑하다. 거꾸로 되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어머니, 고맙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인다. 부모가 건강한 것만큼 자식에게 더한 선물은 없다. 어머니는 농작물만 아니라 화초 가꾸기에도 달인이다. 병들어 버린 것도 어머니 손에만 오면 활짝 피어난다. 이 다육이도 다른 사람이 죽어간다고 버린 걸 이렇게 곱게 꽃으로 피워냈다. 초록 잎도 반짝반짝한다. 물 줄 때면 잎을 일일이 천으로 닦아줄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세상에 허투루 되는 일은 없다.

꽃들의향기 2015.01.07

다육이(4)

집 베란다에서 기르는 다육이에 꽃이 피었다. 긴 꽃대가 올라오더니 종 모양의 노란색의 꽃을 달았다. 무척 작고 예쁜데, 이름이 뭔지는 모른다. 그런데 우리 집 다육이는 지난겨울을 지나며 전부 웃자라 버렸다. 실내에 들여놓아서 그렇단다.추위에 떨까 봐 옮겨준 게 도리어 이상한 꼴이 되었다. 보살핌도 지나치면 역효과가 생기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마찬가지다.

꽃들의향기 2012.06.05

다육이(3)

아직 봄꽃을 보러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복수초 등은 이미 때를 놓쳐 버렸다. 이제 조금 더 기다리면 화려한 봄꽃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다. 집에서 기르는 다육이 중 하나가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있다. 칼란코에(Kalanchoe) 종류인데 원산지가 마다가스카르라고 한다. 개화기가 1~3월이니 지금이 맞다. 꽃사진에 대한 갈증을 가까이에서 풀어본다.

꽃들의향기 2012.03.27

다육이(2)

십여 종류 되는 다육이 중 하나가 두 번째로 꽃을 피웠다. 베란다에 있을 때는 잠잠하더니 겨울이라 방으로 옮겨주었더니 고맙다는 듯 화답한다. 꽃은 꿩의비름을 닮았는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글쓴이는 인간과 꽃 사이의 알 수 없는 강한 유대감을 궁금해한다. 적지 않은 꽃의 모양이 그토록 인간의 부끄러운 부분을 닮게 된 이유, 인간이 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사랑하는 남녀가 하필 꽃을 열심히 주고받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글쓴이의 유머러스한 해석은 이렇다. '인간에게 꽃의 의미는 이미 문화적이다. 꽃을 가꾸고 꽃으로 장식하고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과정에 대해 어느 부류의 인간도 이의를 제기해 본 적이 없다. 이는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육체적인 성적 표현에 대한 사..

꽃들의향기 2012.01.07

다육이(1)

집에서 기르는 다육이 중 하나에 꽃이 피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잎에 털이 보송보송, 애기의 솜털처럼 귀여운 다육이다. 다육이 중에서 제일 건강하게 자라더니 드디어 꽃을 환하게 피웠다. 꽃봉오리가 맺힐 때부터 언제 꽃이 피려나, 학수고대했다. 꽃의 색깔 또한 발그레한 애기 피부처럼 곱다. 얘야, 너는 꽃보다 더 예쁘다. 아름답고 고운 색깔과 향기로 네 주변을 미소 짓게 하렴.....

꽃들의향기 2011.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