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4

역정

리영희 선생의 자전적 에세이다. 출생에서부터 기자 생활하던 1963년까지를 기록한 자서전이다. 선생은 1980년 전두환 쿠데타 세력에 의해 체포돼 다시는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시골에서 은거하며 이 기록을 남겼다. 아쉽게도 선생의 청년 시절까지만 정리되어 있다. 은 선생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에서 태어나 해방과 6.25전쟁, 4.19와 5.16 쿠데타를 겪으며 비판적 지성을 키워 나간다. 특히 통역 장교로 근무하며 전장을 누빈 경험은 선생에게 민족과 역사의식을 길러준 귀한 시간이었다. 진실을 찾아 나선 평생의 역정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 과정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정신은 정의감이다. ..

읽고본느낌 2017.12.25

희망

은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신 뒤인 2011년에 나온 산문 선집이다. 선생이 어떤 분이시고 사상의 바탕은 무엇인지 이 책 한 권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선생의 인간적 면모가 진솔하게 드러난 글이 많다. 선생은 글을 쉽게 쓴다. 학자인 체하는 어려운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중학생만 되어도 이 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이 글을 쓰는 목적은 오직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잠자는 민중을 깨우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 수 있게 쉽게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선생이 존경하는 노신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시절의 선생은 노신의 글을 읽으면서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에 감동했다고 한다. 단순히 지식을 상품으로 파는 것에 안주하는 교수나 문예인이 아니라,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하려는..

읽고본느낌 2014.03.19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대화’는 말 그대로 대화 형식을 빌린 리영희 선생님의 인생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봄,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서 선생님의 강연회가 열렸을 때 직접 찾아가서 선생님을 가까이서 뵙고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을 읽은 것은 한참이 지나 최근이 되어서였다. 7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손에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빨려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고, 무지몽매했던 과거의 내 부끄러운 현실의식과 역사의식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한 시대의 구성원인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또 진실대로 살기를 염원하는 한..

읽고본느낌 2005.09.20

대화

지난 15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신간인 ‘대화’ 출판을 기념한 독자와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가까이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참석했었는데, 100여 명이 모여서 몸이 불편한 선생님에게 존경의 마음을 나타내었다. 넓은 홀의 자리는 많이 비었지만 대중성 없는 이런 모임에 그래도 이만한 인원이 참석했다는 결코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선생님과 무슨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시절에 선생님의 글을 읽고 감명을 받은 바도 없지만, 독재에 저항한 올곧은 한 길의 삶이 멀리서 늘 외경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현실에 야합하고 변절하는 사람이 원로 행세를 하며 큰소리치는 지금의 세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5년 전에 선생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셨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시어 예의 꼬장꼬..

길위의단상 200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