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4

소설 무소유

소설 형식을 빌려 정찬주 작가가 쓴 법정스님의 일대기다. 초판이 2010년에 나왔으니 스님이 돌아가신 해에 출판한 책이다. 작가는 스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한 인물을 그릴 때 대체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님의 생각과 삶이 사실 그대로 실려 있다. 법정스님 하면 누구나 무소유를 떠올린다. 스님이 봉은사 다래헌에 계실 때인 1976년에 쓴 는 국민의 필독서가 되었고 무소유의 정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님 자신이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에 울림이 더욱 컸을 것이다. 이 소설에는 법정스님이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스님 시자로 있을 때 무소유의 가치를 깨닫는 일화가 나온다. 어느 날 효봉스님의 걸망을 빨려고 하다가 걸망 안에서 비누조각을 발견했..

읽고본느낌 2022.12.07

다읽(9) - 무소유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 첫부분은 이같은 간디의 말로 시작한다. 에서 이 구절을 읽고 당신이 무척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당신이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H 스님의 무소유 논란이 일었고, 인기 스타였던 스님은 한 순간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수도자의 세속적인 소유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무소유란 물질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소유한 물질에 대한 애착이 무(無)라는 얘기다." 공공연히 이런 생각을 밝히는 수도자도 있다. 잘못하면 ..

읽고본느낌 2021.03.25

맑고 향기롭게

전에 살던 집 거실 벽에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신영복 선생이 쓴 붓글씨 복사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불교 운동으로 알고 있다. 종교를 떠나서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이 무척 아름다웠고, 그 말이 주는 의미를 내 삶의 지표로 삼고 싶었다. 가당찮은 바람인 걸 알지만, 그때는 피안을 향한 무한 갈망의 시기였다. 며칠 전에 을 읽다가 '맑은 믿음'이라는 구절을 접하고 문득 '맑고 향기롭게'가 떠올랐다. 불교가 구현하려는 경지는 결국 '맑음'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맑은 믿음'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믿음이 무엇인지, 이 시대에 어떤 믿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맑은'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찮다. 하물며 맑은 생각,..

참살이의꿈 2020.01.07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에 가고 싶다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사셨던 법정 스님께서 떠나셨다. 장례 의식 역시 따로 관이나 수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고, 사리를 찾지도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며 마지막까지 말과 행함의 일치를 보여주셨다. 스님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한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이 스님의 일생을 대변하지 않나 싶다. 스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쓴 모든 책을 절판하라고 유언으로 남기셨다. 안타깝지만 스님의 뜻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는 그런 소문이 더해져 사람들이 스님의 책을 마구 사들이는 바람에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소유의 가르침과 소유에의 집착 사이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스님처럼 완전한 무소유를 실천할 수는 없다...

참살이의꿈 2010.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