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2

좌통

'좌통(좌측통행)'은 내 어릴 적 별명이다. 국민학교에 입학한 직후였다. 처음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에게 기본 생활 지도를 했을 테고, 그중에 좌측통행 교육이 있었다. 복도에서는 뛰지 말고 좌측으로 질서 있게 다니라는 담임선생님의 가르침이었다. 국민학교 1학년 아이들이니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좀 과하셨던 것 같다. 학교를 나가서도 길을 다닐 때는 좌측통행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 한들 철부지들에게 학교 밖에서까지 통할 리가 없었다. 신작로를 지나 논둑길을 걷고 개울과 철길을 건너야 하는 한 시간이나 걸리는 등하교 길이었다. 교문을 나서면 개구쟁이가 되어 장난하느라 정신을 놓았을 것이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고학년의 형들은 좌측통행을 아예 무시했다. 그럼에도 예외가 있었..

참살이의꿈 2024.01.06

좌측통행

"야, 저기 좌측통행이 간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내 별명은 '좌측통행'이었다. 입학해서 담임 선생님이 가르쳐 준것 중 하나가 좌측통행이었던 것 같다. 아마 선생님은 학교 복도에서만이 아니라 등하굣길에서도 좌측통행을 하라고 했을 것이다. 집과 학교는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신작로와 마을 골목길을 지나는 동안 나는 선생님 말씀을 따라 왼쪽만 고집하며 걸었던 모양이다.그래서 어른들이 붙여준 별명이 '좌측통행'이었다. 당시 코흘리개들이 선생님 말씀을 하느님 말씀처럼 따랐을 테지만 개구쟁이들이 어디 그런가. 선생님 눈길을 벗어나면 천방지축이 되었을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나만 유독 왼쪽으로만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그만큼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아이였다는 뜻이다. 세 살 버릇 여든..

길위의단상 201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