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3

디 아워스, 내 사랑, 케빈에 대하여, 어느 가족

디 아워스, 내 사랑, 케빈에 대하여, 어느 가족 - 뜨거웠던 올여름에 본 영화들이다. 밖은 펄펄 끓는데 거실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1. 디 아워스  1920년대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1950년대와 2000년대를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그려진다. 여성의 삶이란 무엇인지, 여성으로서의 고민과 불안 등 정체성을 묻는 영화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고통과 속앓이를 잘 표현했다. 제도적 관습과 틀 안에서 해방을 꿈꾸는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부분이나마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2. 내 사랑  캐나다 화가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1970)의 일생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모드 루이스를 처음 알게 되었..

읽고본느낌 2024.09.07

힘이 있어야 싸우지

평생을 싸움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부부도 있다지만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한다. 그나마 젊을 때보다는 다투는 빈도나 강도가 줄어들었다. 퇴직을 했으니 얼굴 맞대고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만만 해도 다행이지 싶다. 애정이 없으면 다툴 일도 없지 않은가. 아직 얼굴 쳐다보기 싫은 정도는 아니다. 다투는 원인은 주로 내 버럭, 하는 성질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큰소리부터 치니 서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순간적으로 화가 불같이 일어난다.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잠시면 족하다.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반대다. 꼬리를 내리는 건 늘 내가 먼저다. 화도 잘 내고 용서도 쉽게 구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뒤끝이 없어진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길위의단상 2019.11.11

원판 불변의 법칙

첫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을 25년 만에 처음 만났다. 이런 만남에서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는 건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물론 그간의 세월 흔적은 얼굴과 몸에 눈에 띄게 드러나 있었다. 머리는 이미 반백이 넘어섰고 이마와 목에는 겹쳐진 주름살이 그 동안에 흘러간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말투나 웃는 모습, 또 그 뒤에 숨어있는 그 분의 성품이나 분위기는 25년 전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똑 같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대화를 계속하다보면 다음 말이 어떻게 나올지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분이 세상을 보는 눈이나 가치관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가끔씩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옛 학교 동창들에서도 늘 똑 같은 사실을..

길위의단상 200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