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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矢島) 걷기

인천 영종도 서쪽에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라는 세 개의 작은 섬이 있다.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10분 쯤 가면 신도선착장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세 섬 사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은 셋을 합쳐 '신시모'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을 걸어보기 위해서 신시모에 갔다. '삼형제섬 길'인데 세 섬을 지나는 길이가 14km 쯤 된다.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3번 노선에 해당한다. 처제 부부와 함께 했다. 처제 부부는 걷기에 자신이 없다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래서 우리도 신도 걷기는 포기하고 시도만 함께 걷기로 했다. 신시도 연도교에서 시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노루메기까지 걸었다. 이것만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시도를 한 바퀴 돌고 모도로 건너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라와 ..

사진속일상 2021.07.01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

시읽는기쁨 2013.01.2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

사람은 누구든 섬은 아니리, 온전한 자체로서. 각각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지리라. 만일 모래톱도 그리되면 마찬가지. 마찬가지리라 만일 그대의 땅이나 친구가 그리되어도. 어느 사람의 죽음이 나를 작게 만드네. 왜냐하면 나는 인류에 속해있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알려고 보내지 마라.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존 던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ach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시읽는기쁨 2011.03.18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섬이다. 고독하고 쓸쓸한 작은 섬이다. 섬은 혼자로는 온전한 대륙이다. 그러나 사람들 속에 있으면고립된 섬이 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그 섬에 가고 싶지만 멀고 험하다. 네트워크는 지상에서 보내는 비상 신호다. 섬이 섬을 찾는 한 외로운 섬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섬은 스스로 충만한 존재, 바다 밑은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몸이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길위의단상 2011.01.26

그 섬에 가고 싶다 / 장혜원

섬, 바로 그 섬 바다와 하늘이 가슴을 맞대고 병풍처럼 감싸안고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나흘 쯤 소리가 없는, 울림이 없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 섬에 묵고 싶다 그대와 묵고 싶다 붉게 물든 노을 한아름 걷어다가 이불을 삼고 밤바다에 첨벙거리는 별 하나 등불 삼아 매달아 그대 숨소리 가슴에 안고 그대 체온 피부로 느끼며 밤새워 우리만의 연가를 부르리 뜻밖의 풍랑을 만나 이틀 쯤 발이 묶인다면 발을 동동 구르리 가슴 속의 기쁨 그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숨 죽이리 - 그 섬에 가고 싶다 / 장혜원 일탈 욕구도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한다. 사실 사람은 어느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편안함을 느낀다. 혼자라는 것만큼 외롭고 불안한 것도 없다. 출생 지역이나 출신 학교끼리 울타리를 만들고 '우리가 남이가..

시읽는기쁨 2009.12.26

섬 / 함민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 섬 / 함민복 울타리는 너와 나를 가르는 경계다.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는 장벽이다. 그런데 높이가 없는 울타리, 너에게로 가는 길이 되는 울타리도 있다. 섬을 둘러싼 바다를 물 울타리로 보는 시각이 재미있고, 일반적인 울타리의 속성을 뒤집어버리는 시인의 관점도 신선하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한가. 이런 시를 읽으면 참 즐겁다.

시읽는기쁨 2009.12.24

孤島를 위하여 / 임영조

면벽 100일! 이제 알겠다. 내가 벽임을 들어올 문 없으니 나갈 문도 없는 벽 기대지 마라! 누구나 돌아서면 등이 벽이니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마음속 집도 절도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귀양 떠나듯 그 섬에 닿고 싶다 간 사람이 없으니 올 사람도 없는 섬 뜬구름 밀고 가는 바람이 혹시나 제 이름 부를까 싶어 가슴 늘 두근대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여!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가서 동서남북 십리허에 해골 표지 그려진 금표비禁標碑 꽂고 한 십년 나를 씻어 말리고 싶다 옷 벗고 마음 벗고 다시 한 십년 볕으로 소금으로 절이고 나면 나도 사람 냄새 싹 가신 등신等神 눈으로 말하고 귀로 웃는 달마達磨가 될까? 그 뒤 어느 해일 높은 밤 슬쩍 체위體位 바꾸듯 그 섬 내쫓고 내가 대신 엎드려 용서를 빌고 나면 나도 ..

시읽는기쁨 2007.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