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그 섬에 가고 싶다 / 장혜원

샌. 2009. 12. 26. 08:18

섬, 바로 그 섬

 

바다와 하늘이 가슴을 맞대고

병풍처럼 감싸안고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나흘 쯤

소리가 없는, 울림이 없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 섬에 묵고 싶다

그대와 묵고 싶다

 

붉게 물든 노을

한아름 걷어다가 이불을 삼고

밤바다에 첨벙거리는 별 하나

등불 삼아 매달아

그대 숨소리 가슴에 안고

그대 체온 피부로 느끼며

밤새워 우리만의 연가를 부르리

 

뜻밖의 풍랑을 만나

이틀 쯤 발이 묶인다면 발을 동동 구르리

가슴 속의 기쁨

그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숨 죽이리

 

- 그 섬에 가고 싶다 / 장혜원

 

일탈 욕구도 인간의 기본 욕구라고 한다. 사실 사람은 어느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편안함을 느낀다. 혼자라는 것만큼 외롭고 불안한 것도 없다. 출생 지역이나 출신 학교끼리 울타리를 만들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도 다 소속감을 확인하고 싶어서이다. 가정을 갖는 것에도 그런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은 묘해서 한 욕구의 충족에서 결코 지속적인 만족을 느끼지는 못한다. 어느 날, 일상은 지루하고 단조로워지고 구속과 굴레로 변한다. 가정도 그렇고 직업도 그렇다. 일자리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지만 동시에 바람과 같은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직장인으로서 일에 대한 의무로부터의 일탈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째가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중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상해를 거쳐 항주에 간다고 한다. 그냥 직장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단다. 낯선 나라에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연줄이 끊어진다. 지난 겨울 히말라야 산길을 걸을 때가장 행복했던 것은일상에서 나를 지배하던 생각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살다 보면 그렇게 모든 인연으로부터 손 떼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할 때는 길을 떠나라. 길 위에서는 어떤 꿈을 꾸어도 좋다. 시인처럼 비밀스런 로맨스를 꿈꾼들 어떠리. 그럼으로써 우리는 다시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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