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적설 / 신현정

샌. 2010. 1. 5. 10:27

흰 눈이 쌓이다 보면 그 속이 캄캄하다

 

흰 눈도 무너질 땐 그 속이 캄캄하다

 

문득 노송老松이 팔뚝 하나를 주어버린다

 

- 적설 / 신현정

 

어제 눈이 많이 내렸다. 서울에 내린 눈으로는 기상 관측 이래 최대라고 한다. 고지대에 있는 우리 집은 밖과 연결되는 도로가 하루 내내 통행 불능이 되었다. 덕분에 낮이 조용해졌다. 오늘에야 느릿느릿 차들이 겨우 움직인다. 눈이 질주하던 자동차를 세우고 거북이가 되게 만들었다.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신선하다. 한나절의 눈만으로도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대도시가 항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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