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 4

속물

어느 모임에 나갔다가 한 여인네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님은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내 첫사랑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죠. 정말 응답이 왔어요. 어느 날 도로를 달리는데 그 사람이 우연히 눈에 띈 거예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너무 반가웠어요. 거의 30년 만이죠.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물론 그 사람은 날 보지 못했어요. 서로 다른 차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가 남양주 IC로 빠져나가는 거예요. 그때는 퇴근시간이었어요. 그가 남양주에 사는 게 틀림없어 보였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내 가슴이 싸늘하게 식는 거예요. 만나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졌어요. 그 나이에 남양주에 살 정도면 어떻겠어요?" 여러 사람 앞에서 이런 식으로 당당히 말하는..

길위의단상 2014.11.14

촌놈

이웃 블로그에서 '촌놈'에 관한 짧은 글을 흥미있게 읽었다. 은희경의 소설 '비밀과 거짓말'에 나오는 대목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느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나 정도의 문제지 촌놈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나는 아니라고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법이다. 촌놈을 좋아할 사람은 적겠지만 소시민으로서의 촌놈은 남에게 그다지 큰 피해를 끼치지는 않는다.예를 들면 촌놈이 종교를 가지면 광신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다. 싫으면 피하면 된다. 문제는 촌놈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촌놈 되기를 부추기는 풍조가 되면 아예 망조가 든 나라다. 촌놈들에 의해 어떤 촌놈은 영..

길위의단상 2009.10.28

삼류들 / 이재무

삼류는 자신이 삼류인 줄 모른다 삼류는 간택해준 일류에게, 그것을 영예로 알고 기꺼이 자발적 헌신과 복종을 실천한다 내용 없는 완장 차고 설치는 삼류는 알고 보면 지독하게 열등의식을 앓아온 자이다 삼류가 가방끈에 끝없이 유난 떨며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것이 성희롱인 줄도 모르고 일류가 몸에 대해 던지는 칭찬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우쭐대는 삼류 삼류는 모임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얻을 게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류와 어울려 사진을 박고 일류와 더불어 밥을 먹고 일류와 섞여 농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일류가 되어간다고 착각하는 삼류 자신이 소모품인 줄도 모르고 까닭 없이 자만에 빠지는 불쌍한 삼류 사교의 지진아 아 그러나, 껍질 없는 알맹이가 없듯 위대하게 천박한 삼류 없이 어찌 일류의 광휘가 있으랴 노래를..

시읽는기쁨 2009.10.06

어느 부부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파트와 땅이 가득 들어있다. 그녀는 돈 되는 아파트를 찾아나서는 촉수만 발달한 불가사리다. 해외여행은 이제 시들해졌고, 요사이 그녀는 골프에 미쳐있다. 그녀는 톡 하고 건드리면 자동으로 아파트와 골프 얘기가 튀어나오는 자동기계다. 그의 머릿속에는 예쁜 여자의 몸뚱어리가 가득하다. 그가 꿈꾸는 것은 젊은 여자와의 화끈한 정사다. 마누라를 안고 있을 때도 그는 이웃집 여자의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잊지 못한다. 그의 지갑은 언제나 두둑하다. 그것이 여자를 유혹하는 가장 좋은 미끼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둘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나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것이 예수를 잘 믿는 길이라는 것을 그들은 믿으려 한다. 하나는 멍청하고, 다른 하나는 좀더 멍청하다..

길위의단상 200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