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어느 부부

샌. 2006. 10. 10. 12:07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파트와 땅이 가득 들어있다.

그녀는 돈 되는 아파트를 찾아나서는 촉수만 발달한 불가사리다. 해외여행은 이제 시들해졌고, 요사이 그녀는 골프에 미쳐있다. 그녀는 톡 하고 건드리면 자동으로 아파트와 골프 얘기가 튀어나오는 자동기계다.


그의 머릿속에는 예쁜 여자의 몸뚱어리가 가득하다.

그가 꿈꾸는 것은 젊은 여자와의 화끈한 정사다. 마누라를 안고 있을 때도 그는 이웃집 여자의 찰랑거리는 생머리를 잊지 못한다. 그의 지갑은 언제나 두둑하다. 그것이 여자를 유혹하는 가장 좋은 미끼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둘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 나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것이 예수를 잘 믿는 길이라는 것을 그들은 믿으려 한다. 하나는 멍청하고, 다른 하나는 좀더 멍청하다. 무슨 생각, 무슨 짓을 하던 종교의식은 그들을 용서해준다. 그러나 세속종교의 항생제는 그들의 양심을 마비시켰다.


그들은 가면을 쓰는 것을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새로운 가면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시체에서도 향기를 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 행복의 가면을 사 쓰는 날, 그들은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이 모든 것이 모래성에 불과함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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