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4

수종사 은행나무(2)

기운차고 늠름하다. 천군만마를 호령하는 대장군의 모습이다. 운길산 중턱 해발 400m쯤 되는 곳, 수종사 입구에 서 있다. 아래로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수종사 중창의 주역은 세조였다. 이 은행나무도 세조가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1459년의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555년 전이다. 이만한 세월에도 세조의 기세는 여전히 나무에 살아있다. 이 나무를 바라보면 왠지 불끈 힘이 솟는 느낌이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거인이 된 한 생명체가 있다. 낙담하고 의기소침해졌을 때 이 나무 옆에 서 보라. 가슴을 열고 나무가 주는 기운을 받으라. 당당히 고개 들고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당신은 얻을 것이다.

천년의나무 2014.02.23

수종사에서

감기 미열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수종사(水鐘寺)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일주문 바로 앞에까지 차를 갖다 대고 걸음은 최대한 아꼈다. 오늘 한낮은 봄기운마저 느껴질 정도여서 몸도 덩달아 나근나근해졌다. 산기슭 어딘가에 복수초라도 피어있을 것만 같았다. 어슬렁거리며 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법당에서는 누구의 삼우제를 지내는지 스님의 염불 소리가 계속 들렸다. 외래 방문객들이 몇몇 눈에 띄었을 뿐 평일의 절은 고즈넉했다. 다실인 삼정헌(三鼎軒) 앞 댓돌에는 등산화 몇 켤레가 놓여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실내 풍경이 너무 고와서 들어가기가 주저되었다. 수종사와 한음 이덕형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안내문이 새로 만들어져 있었다. 바쁜 중앙정치의 와중에도 한음은 절 아래 사제촌에 머물 때 자주 수종사를 왕래..

사진속일상 2014.02.17

수종사 은행나무

경기도 운길산에 있는 수종사는 특이하게 창건 설화에 세조가 등장한다. 1459년, 세조가 금강산을 구경하고 환궁하는 도중 양수리에서 일박하게 되었는데, 밤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알아보니소리 나는 곳에 고찰의 흔적이 있었고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공명되어 종소리로 들린 것이었다. 그래서 새로 절을 창건하고 이름을 수종사(水鐘寺)로 했다고 한다. 수종사 은행나무는 세조가 절을 창건한 것을 기념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무의 나이도 5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만한 세월이 무색치 않을 정도로 둘레가 7m에 이르는 큰 나무이다.평지가 아닌 산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더욱 웅장해 보인다. 이 은행나무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일 것이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

천년의나무 2007.11.10

가을에 들린 두물머리와 수종사

가을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가을이면 그리워하고 외로워지고 싶어지는 사람들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인력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서로 따스한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려 가까이 다가간다. N과 같이 간 두물머리는 가을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 빛깔을 닮은 사람들이 가을 강변을 찾아왔다. 강변에 홀로 선 중년 여인의 뒷모습은 가을을 쏙 빼닮았다. 이 계절에는 가을을 닮은 사람들이 더욱 아름답다. 두물머리 느티나무가외롭게 보이는 것은 가을 탓인지 모른다. 바로 발 밑까지 들어찬 흐르지 않는 강물이 옛마을도 사람들도 앗아갔다. 나무는 이제 희미한 흔적의 추억으로 산다. 사람들은 새로 만들어진 풍경에 감탄하며 서로 손을 잡지만 나무는 홀로 쓸쓸하다. 강물 옆에 서 있는 가을 나무는 왠지 세트장의 ..

사진속일상 2007.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