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가을에 들린 두물머리와 수종사

샌. 2007. 11. 7. 19:23

가을의 유혹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가을이면 그리워하고 외로워지고 싶어지는 사람들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인력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서로 따스한 상대방의 체온을 느끼려 가까이 다가간다.

 



N과 같이 간 두물머리는 가을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 빛깔을 닮은 사람들이 가을 강변을 찾아왔다. 강변에 홀로 선 중년 여인의 뒷모습은 가을을 쏙 빼닮았다. 이 계절에는 가을을 닮은 사람들이 더욱 아름답다.

 



두물머리 느티나무가외롭게 보이는 것은 가을 탓인지 모른다.

 

바로 발 밑까지 들어찬 흐르지 않는 강물이 옛마을도 사람들도 앗아갔다. 나무는 이제 희미한 흔적의 추억으로 산다. 사람들은 새로 만들어진 풍경에 감탄하며 서로 손을 잡지만 나무는 홀로 쓸쓸하다. 강물 옆에 서 있는 가을 나무는 왠지 세트장의 한 풍경처럼 어색하다.

 


 

수종사에 올랐다. 수종사가 아름다운 건 찻집 옆에 있는 이 빈 마당 때문이라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사람들은 이 터에 서서 발 아래의 조망에 감탄하지만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아름답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가을은 여백과 비움의 아름다움을 자연이 몸으로 보여주는 계절이다. 찻집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벽에 걸린 '自然放下'라는 글씨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하는 말이 아닐까, 글씨는 마치 오늘을 위해 쓰여진 것 처럼 보였다.

 

자연은 참 아름답다. 거기에 사람과 세상까지 포함시켜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척 행복하리라. 그러나 세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가을은 내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인다. 집착과 미망에서 벗어나는 것, 때가 되면 버리고 비우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사진속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대공원에서 가을에 빠지다  (0) 2007.11.09
창덕궁의 가을  (0) 2007.11.08
인왕산과 안산 주변의 문화 답사  (0) 2007.11.04
건청궁이 복원되다  (0) 2007.11.03
KTX를 타다  (0) 2007.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