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2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슬퍼하지 마세요 세상은 슬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니까 자살한 장국영을 기억하고 싶어 영화 '아비정전'을 돌려 보니 다들 마네킹처럼 쓸쓸해 보이네요 다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해요 외롭지 않기 위해 외로워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아픈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전쟁으로 사스로 죽어가더니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살자들 살기엔 너무 지치고, 휴식이 그리웠을 거예요 되는 일 없으면 고래들도 자살하는데 이해해 볼게요 가끔 저도 죽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죽지는 못해요 엄마는 아파서도 죽어서도 안 되죠 이 세상에 무얼 찾으려 왔는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마음을 주려 하면 사랑이 떠나듯 삶을 다시 시작하려 하면 절벽이 달려옵니다 시를 쓰려는데 두 살배기 딸이 함께 있자며 제 다릴 붙잡고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시읽는기쁨 2015.04.12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 신현림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나폴레옹의 이 말은 10년 동안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송곳이었다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내 많은 실패를 돌아볼 때마다 송곳은 가차없이 찌르고 찔러왔다 모든 불행엔 충고의 송곳이 있다 자만치 말라는, 마음 낮춰 살라는 송곳 불행의 우물을 잘 들여다보라는 송곳 바닥까지 떨어져서 다시 솟아오르는 햇살의 송곳 송곳은 이제 지팡이처럼 내게 다가와 신들린 듯 거친 바다처럼 밀어간다 -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 신현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10년 주기 정도로 교체되는 전자제품이야 그렇다 쳐도 어떤 선택은 평생을 가고 운명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삶은 과거에 내가 행한 선택의 결과이다. 원인 없는 불행은 없다. 흘러간 물은 주워담..

시읽는기쁨 201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