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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3권으로 된 박지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철저하게 신분으로 갈라진 세계다. 각 지구간에는 제한된 왕래만 가능하고 서로를 침범할 수 없다. 1지구는 온갖 혜택을 누리는 파라다이스지만, 9지구 주민은 겨우 생존해 나가는 폐허가 된 세계다. 신분이 세습되는 가상의 세계지만 이미 계급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구조라고 누구나 느낄 것이다. 1지구에는 최고의 엘리트만 갈 수 있는 프라임 스쿨이 있다. 주인공인 다윈 영은 프라임 스쿨에 다니는 학생이고, 아버지 니스는 문교부 차관으로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 소설에는 니스, 버즈, 제이의 세 친구가 나오고 후대로 이어진 친분은 십대인 다윈, 레오, 루미의 얽힌 관계를 틀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30년 전에 살해된 제이..

읽고본느낌 2024.10.08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1976년에 미국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유타주에서 개리 길모어가 두 사람을 권총으로 살해하고는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항소를 포기하고 국가가 자신을 빨리 사형에 처하라고 요구했다. 사형제 존폐가 이슈가 된 당시 상황에서 개리 길모어의 돌발 행동은 미국 사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국 개리 길모어는 다음 해에 처형되었다. 는 개리 길모어의 동생인 마이클 길모어가 자신의 형이 왜 그렇게 잔인한 범죄자가 되었는지를 밝히는 책이다. 악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가계의 역사부터 그들의 신앙이었던 모르몬교의 '피의 속죄' 같은 폭력성까지 파헤쳐 올라간다. 더 나아가면 원주민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자행한 미국이 뿌린 피의 역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은 저주받은 땅인지도 ..

읽고본느낌 2024.07.12

나는 신이다

MBC가 만들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총 8부작으로 JMS를 비롯해 네 집단을 다루고 있다. - JMS, 신의 신부들 -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 만민중앙교회, 만민의 신이 된 남자 이미 공개되었던 내용들이라 새로운 것은 없지만 공중파에서 담지 못한 수위가 높은 장면 때문에 사람들에게 준 충격이 큰 것 같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효과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아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교주들이 처벌을 받았거나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도들이 따르고 떵떵거리며 산다는 점이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비해 뒤처리는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단이냐 아니냐는 기존의 정통 교리..

읽고본느낌 2023.03.12

어느 독일인의 삶

이 책의 주인공은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은 나치 선전부 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로 일하다가 독일 제국의 멸망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책 표지에 실린 그녀의 프로필이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범죄자들 중 하나인 요제프 괴벨스를 위해 일했다. 나치 선전부의 속기사였던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폼젤은 자신이 나치 가담자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철저히 비정치적이었고 그 당시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직장, 의무감, 소속감에 대한 욕구였다는 것이 그녀의 항변이다. 나치 만해의 규모와 잔학성은 종전 뒤에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10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폼젤은 그저 평범한..

읽고본느낌 2023.01.02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

종교에 빠지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이성이 마비되고 너무나 쉽게 맹신의 늪에 떨어진다. 사악한 종교 지도자는 이런 인간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한다. 유사 이래 종교의 탈을 쓴 이런 집단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인간의 마을을 파괴해 왔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은 최근에 넷플렉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961년 칠레에 독일인들 수백 명이 이주해 와서 신앙 공동체(콜로니아 디그니다드)를 만든다. 우두머리는 파울 셰퍼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출신이다. 전후의 황폐한 시기에 기독교 리더로 등장해 활동하다가 소아 추행에 관련되어 추방 당하자 추종자를 이끌고 칠레에 정착한 것이다. 콜로니아 디그니다..

읽고본느낌 2021.10.18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넷플릭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요사이는 책 읽기가 힘들다. 습관적으로 책을 펴지만 활자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영상을 자주 본다. 그것도 보통 때와 달리 스릴러물을 찾게 된다. 요사이 내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의 한 시골 마을이다. 참혹한 2차대전의 트라우마를 안고 귀향하는 청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을 분위기는 어둡고 황량하다. 주민들은 폭력과 광신에 노출되어 있다. 순박한 정신과 삶은 악마의 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인간과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악마는 다른 게 아니다. 타인을 내 욕망 충족의 도구로 여기는 자가 악마다..

읽고본느낌 2021.10.05

악의 심연

더위를 잊기 위해 스릴러 소설을 골랐다. 막심 샤탕의 이다.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어젯밤에는 무서워서 문을 꽁꽁 잠그고 잤다. 더위를 잊으려다 도리어 더위를 더 맞이한 셈이 되었다. 소설에는 인육을 먹는 등 너무 잔혹한 장면이 나온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뒷 느낌이 꺼림찍하다. 아무래도 책을 잘못 골랐다. 그러면서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다. 스릴러의 매력이다. 또한 인간에게는 타인의 비극을 엿보려는 심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호기심으로 손가락 사이를 살며시 연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뉴욕의 공원을 발가벗고 도망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순일곱 명의 실종사건이 드러나고 범인들의 윤곽이..

읽고본느낌 201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