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는 신이다

샌. 2023. 3. 12. 11:56

 

MBC가 만들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총 8부작으로 JMS를 비롯해 네 집단을 다루고 있다.

 

- JMS, 신의 신부들

-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 만민중앙교회, 만민의 신이 된 남자

 

이미 공개되었던 내용들이라 새로운 것은 없지만 공중파에서 담지 못한 수위가 높은 장면 때문에 사람들에게 준 충격이 큰 것 같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효과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아한 것은 범죄를 저지른 교주들이 처벌을 받았거나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도들이 따르고 떵떵거리며 산다는 점이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비해 뒤처리는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단이냐 아니냐는 기존의 정통 교리와 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현재의 이단이 미래에는 정통이 될 수도 있다. 예수도 당시에는 유대교 지도부로부터 기존 체제와 종교 시스템을 파괴하는 이단(?) 취급을 받았다. 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주 개인의 탐욕이 아닌가 싶다. 사이비 종교에는 항상 돈, 여자, 권력이 따라다닌다. 이것을 얻기 위해 맹신을 강요하고 하나님을 파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악랄한 교주보다도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더 한심해 보였다. 어떻게 저런 인간들을 신이나 메시아라고 믿고 따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지 신기했다. 인간은 한 번 믿기 시작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다. 반대되는 생각이 들어도 아예 닫아 버린다. 확증편향의 길로 들어서면 대책이 없어진다.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나중에는 가해자로 동조 세력이 되어 버린다. 그 뒤에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유일신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사이비를 생산하는 토양이 된다. 우리나라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는 진리를 자신들만 독점한다고 믿는 배타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확신은 맹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진리는 회의에서 생긴다. 종교적 진리도 마찬가지다. 합리적 비판이 차단되면 썩게 마련이다. 사이비 종교의 폐쇄성은 오직 맹종만을 요구한다. 젊은 시절 교회에 다닐 때 성경이 형성된 역사에 대해 청년부에서 공부할 교재를 만든 적이 있었다. 지도목사가 그런 데 관심을 두지 말고 성경의 하나님 말씀이나 암송하라고 해서 진행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일반 교회조차 이런할진대 사이비의 통제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간다. 다른 견해는 사탄의 음해라고 하면 간단해진다. 빨간 색안경을 오래 쓰고 있으면 세상이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줄 알게 마련이다.

 

사이비에 쉽게 경도되는 사람은 자존감이 약하지 않나 싶다. 인정(人精/認定)에 대한 목마름도 큰 것 같다. JMS에서 입은 피해를 용기있게 고발한 한 여성은 가정적으로 힘들고 외로울 때 옆에 다가온 JMS를 친근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인간은 약해질 때 권위에도 잘 복종한다. 권위에 대한 숭배를 통해 자신의 자존감 결핍을 채우기 때문이다. '뇌의 전족'에 갇히면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된다.

 

호모 사피엔스라지만 인간은 한없이 어리석기도 하다. 학력과도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사이비에 빠지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잘못된 길로 들지 않기 위해서 내 안에 들어있는 어리석음을 늘 경계해야겠다. 잘못하다가는 목에 고삐를 매고 남에게 건네주는 꼴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확신보다는 차라리 불가지론자나 회의론자가 되는 게 낫다. 이것이 진리라고 선언하는 자가 있다면 제일 위험하고 의심해야 할 인물이 아닐까. 하물며 자기가 신과 동급이라느니 재림 예수라고 떠드는데도 고개를 조아리다니. '나는 신이다'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다큐멘터리였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기의 민주주의  (0) 2023.03.23
새와 사람  (0) 2023.03.16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  (0) 2023.03.08
사진기로 상상을 그리다  (0) 2023.03.07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0) 202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