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인 최종수 선생은 생태사진가로 새 사진 촬영만 아니라 새와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분이다. 이 책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이야기와 새들과 친해지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고 있다.
새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새들의 정원을 만들어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지은이가 만든 정원에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한 기록이 책에 실려 있다. 넓을 필요가 없이 작은 버드 피딩이라도 괜찮다. 특히 겨울철에는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새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만약 내가 정원이 있는 집에 산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버드 피딩이다.
선생은 전문 사진작가이니만치 <새와 사람>에는 멋진 새 사진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0여 종의 새를 관찰할 수 있다는데 내가 직접 눈으로 본 것은 10%나 될까. 나머지는 사진으로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때 새와 친해질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관심외로 두었다가 늙어서야 새롭게 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만한 것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신의 아름다운 창조물인 새를 모른 채로 살다 가게 되었을 것이다.
보통 머리가 나쁜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예가 책에 여럿 소개되어 있다. 왜가리는 꽁꽁 언 붕어를 물에 담가서 녹여 먹고, 해오라기는 미끼를 던져서 물고기 사냥을 한다. 영리한 까마귀는 호두를 도로에 떨어뜨려 자동차에 으깨지도록 기다린 뒤 내용물을 꺼내 먹는다. 나중에는 신호등까지 이용할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까마귀는 영리한 새의 지존이라 부를 만하다. 딱다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기 위해 하루에 1만 번 넘게 헤딩을 하는데 왜 머리가 멀쩡한지부터 제비가 인가에 둥지를 트는 이유가 뻐꾸기의 탁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등 새들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중국에서는 1950년대 후반의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국가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식량을 지키기 위해 참새 섬멸 작전을 벌였다. 참새가 70만 명의 중국인 식량을 먹어치운다는 이유였다. 이 참새 소탕작전으로 2억 마리 이상의 참새가 죽었다고 한다. 덕분에 중국의 식량 사정이 나아졌을까. 결과는 반대로 굶어 죽는 사람은 도리어 늘어났고, 1958년 ~ 1960년 사이에 무려 4천만 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다. 이 대기근의 원인 중 하나가 참새와의 전쟁 때문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참새가 없어지니 먹이사슬이 파괴되었고 해충이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쌀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마오쩌둥은 이선으로 물러났는데 새와의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상은 반갑다. 시골 고향집에도 작년부터 제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릴 때 그 많던 제비들이 지난 수십 년간 싹 사라졌다가 이제 조금씩 눈에 띈다. 농약 사용량이 줄어들고 제비의 먹이가 되는 날곤충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하천 오염 상태도 많이 개선된 게 보인다. 반면에 각종 개발로 인해 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기도 한다. 새들을 쫓아내고 인간만이 잘 살 수는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새를 비롯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는 아름다운 지구를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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