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샌. 2023. 3. 4. 10:38

빛 공해를 다룬 책이다. 빛 공해란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밤이 밝아져서 생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다. 건물의 과도한 조명, 낮보다 더 환한 쇼윈도, 자동차 전조등, 마당과 골목 구석구석을 밝힌 전등으로 도시를 말할 나위도 없고 농촌에서도 어둠을 몰아냈다. 문명은 환한 밤을 만들었다. 환한 밤은 동식물의 생태 변화로 나타났다. 철새들은 본래의 경로에서 이탈했고, 곤충 수십억 마리는 가로등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식물들은 계절 감각을 잃어버렸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빛은 전통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찰과 계몽, 순수의 표상이다. 반면에 어둠은 공포, 범죄, 무지와 연결된다. 하지만 빛의 과잉은 여러 문제점을 낳는다. 이웃간의 분쟁의 소지도 된다. 내가 편리하기 위해 밝힌 빛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젠 빛도 공해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밤이 밝은 국가다. 인공위성이 찍은 한반도의 야간 사진을 보면 검은 지역을 찾기 어렵다. 별을 제대로 보자면 강원도 깊숙한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빛이 주는 혜택을 누리는 대신 희생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어쩌면 잃어버린 그쪽이 더 소중한지 모른다.

 

내가 자는 방에는 암막 커튼이 있다. 밤새 켜져 있는 거리의 조명으로 인해 커튼이 없으면 방안이 환해서 잠들기 어렵다. 농촌에서 자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어둠을 쫓아낸 현대의 밤은 밤이 아니다. 인간의 몸은 어두워지면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수면을 유도한다. 하지만 망막에 청색광이 들어오면 멜라토닌 분비는 중단되고, 우리 몸은 활동 상태에 들어간다. 특히 LED 조명은 청색광이 많다. 햇빛보다 청색광을 더 많이 내는 인공조명으로 인해 우리 몸은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못하게 되고 수면 장애, 과체중, 우울증, 암과 같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 낮에는 햇빛을 많이 쬐야 하지만 밤은 어두워야 생체 리듬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빛의 과잉과 인간의 건강 사이의 연관 관계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도한 야간 조명이 우리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예전 같은 밤의 어둠을 회복할 수는 이제 없다. 밤 거리의 안전을 위해 일정 부분 조명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과잉이 문제다. 동물종의 2/3가 야행성이라고 한다. 독일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가로등에 의해 한 해에 곤충 900억 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새들은 너무 강한 조명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다. 인간의 신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빛으로 인해 이웃간의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이 책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를 쓴 독일의 아네테 크롭베네슈는 야간 조명에 대한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충고를 한다.

 

1. 가능한 한 적게

조명 하나를 설치하기 전에 정말 그것이 필요한지를 곰곰이 생각하라. 그 어떤 빛도 중립적이지 않다. 전등이 아름다운 만큼 치러야 할 생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외 조명을 사용한다고 해서 범죄가 예방된다는 증거도 없다. 빛은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하라.

 

2. 필요한 곳에만

조명을 설치할 때는 그 빛이 당신의 소유지에만 비치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이웃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등 기구가 그들의 마당, 외벽 혹은 실내를 밝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둠을 되찾으려는 이웃에게 빛을 가리라고 할 게 아니라 당신이 당신의 빛을 적절하게 차단해야 한다.

 

3. 필요할 때만

조명은 당신이 볼 때에만 의미가 있다. 외부 조명을 밤새도록 필요하지 않다. 동작 감지기를 달면 현관으로 출입할 때만 빛을 비출 수 있다.

 

4. 방향은 아래로

위로 비스듬하게 뻗는 빛은 수직으로 향하는 빛보다 더 해롭다. 대기에 더 많이 산란되어 스카이글로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조명 상단에는 가림 장치를 사용하라. 이렇게 하면 빛이 주변으로 흩어지는 대신 당신이 필요한 곳에만 비치기 때문에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5. 형광색은 적게

야간 조명의 생태적 그리고 건강상의 피해는 청색광의 비중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전등의 색온도는 낮을수록 좋다. 가능하다면 3,000캘빈 이상의 빛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명은 곧 빛이다. 도시는 불야성을 이루고 인간은 수십 만 년을 거치며 진화해 온 낮과 밤의 생체 리듬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는 빛의 과잉이 인간 신체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경고하는 책이다. 또한 환한 밤을 만든 대신 별이 빛나는 하늘을 잃었다. 과연 그뿐이겠는가. 책은 말한다. "인간에게는 어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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