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샌. 2021. 10. 5. 11:18

 

넷플릭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요사이는 책 읽기가 힘들다. 습관적으로 책을 펴지만 활자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영상을 자주 본다. 그것도 보통 때와 달리 스릴러물을 찾게 된다. 요사이 내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의 한 시골 마을이다. 참혹한 2차대전의 트라우마를 안고 귀향하는 청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마을 분위기는 어둡고 황량하다. 주민들은 폭력과 광신에 노출되어 있다. 순박한 정신과 삶은 악마의 쉬운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인간과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 악마는 다른 게 아니다. 타인을 내 욕망 충족의 도구로 여기는 자가 악마다. 영화에는 종교의 탈을 쓴 악마, 예술의 탈을 쓴 악마, 권력의 탈을 쓴 악마가 나온다.

 

목사 A는 광신을 넘어 미쳐 있다. 죽은 자를 부활시킨다고 제 부인을 칼로 찔러 죽인다. 목사 B는 순진한 소녀를 꼬셔 육욕을 만족하는 도구로 삼는다. 영화에서 제일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이런 종교적인 횡포와 무지다. 영화는 근본주의 성향의 왜곡된 개신교를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이런 미국식 개신교를 그대로 받아들여 양적 팽창을 한 게 우리나라 개신교다. '빤스 목사'가 당당하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신자들의 무지와 맹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을 예술로 여기는 사진가는 아예 연쇄살인마다. 살인을 하면서 털끝 만한 죄책감도 없다. 부패한 경찰은 뒷골목 세력과 손을 잡고 돈을 챙긴다. 다행히 이들은 아빈에 의해 응분의 대가를 받는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마치 선한 배후가 작용한 듯하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우리 마음 속에는 악마성이 뿌리 박혀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검은 뿌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여건이 되면 싹이 돋아나고 무성해진다. 우리는 줄기를 자를 수는 있지만 뿌리까지 파낼 수는 없다. 종교가 잘못된 길로 빠지면 인간의 악성을 오히려 부추긴다.

 

우연히 접한 영화지만 꽤 만족스럽게 봤다. 짜임새가 탄탄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묵직하다. 윌러드는 착한 아내를 맞아 결혼하고 소박하게 살려고 하지만 파멸을 맞는다. 윌러드가 아들인 아빈에게 한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이 세상에는 인간 말종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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