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백세 일기

샌. 2021. 10. 12. 11:51

모임에 나가면 김형석 선생님이 자주 화제가 된다. 자기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자처하는 이도 있다. 선생님은 1920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102살이다. 그런데도 한 해에 100회가 넘는 강연을 다니시고, 꾸준히 책도 내신다. <백세 일기>가 작년에 나왔으니 101살에 쓰신 책이다.

 

예로부터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아무리 장수시대라지만 아흔을 넘기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물며 백세를 채우고도 여전히 정정하다니 부럽다 못해 질투가 생긴다. 평소에 몸 관리를 잘한다고 되는 일일까. 아무튼 대단한 복을 타고나신 분이다.

 

선생님은 쉼없는 공부와 일을 강조하신다. 삶의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공부와 일을 놓치지 않는 사람에게 노년기는 없다. 65세부터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 말씀이 한때 화제가 되었다. 은퇴한 모든 이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러나 은퇴를 했다고 해서 편안하게 놓아주지 않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인생의 모든 시기에는 나름대로의 기쁨과 아픔이 있다. 노년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노년기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이 많아진다. 마음을 비우게 되면 대가로 평안이 찾아온다.

 

친구와 지인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백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대단하다는 감탄과 함께 쓸쓸한 상념이 늘 따라다녔다. 우리는 각자의 몫대로 살아갈 뿐이다. 단명하는 사람이 있고,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고단하고 힘든 노년이 있고, 축복받은 노년도 있다. 선생님의 경우는 아주 희귀한 사례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런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백세 일기>는 조선일보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선생님은 조선일보 애독자라고 글에도 쓰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신념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를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발언을 조심한 분이다. 월남민, 반공주의자, 기독교인 등이 선생님 사상의 온실인 것 같다. 철학은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틀을 깨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노년의 멘토가 되시는 선생님의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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