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

샌. 2021. 10. 18. 11:21

 

종교에 빠지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이성이 마비되고 너무나 쉽게 맹신의 늪에 떨어진다. 사악한 종교 지도자는 이런 인간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해서 사리사욕을 취한다. 유사 이래 종교의 탈을 쓴 이런 집단은 반복적으로 나타나서 인간의 마을을 파괴해 왔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은 최근에 넷플렉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961년 칠레에 독일인들 수백 명이 이주해 와서 신앙 공동체(콜로니아 디그니다드)를 만든다. 우두머리는 파울 셰퍼로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출신이다. 전후의 황폐한 시기에 기독교 리더로 등장해 활동하다가 소아 추행에 관련되어 추방 당하자 추종자를 이끌고 칠레에 정착한 것이다.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셰퍼가 만든 소아성애 왕국이었다. 그는 신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소년들을 따로 분리하여 훈련시켰다. 현지인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1973년에 무장 쿠데타가 일어나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군부 독재 세력과 손잡고 민주주의 인사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는 데 앞장섰다. 콜로니아는 칠레의 자유 시민들에게는 악명의 장소였다.

 

1988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셰퍼의 악행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셰퍼에게 세뇌 당한 구성원들이 셰퍼를 보호하고 지켰다. 1996년에 이르러서야 용감한 칠레 소년들에 의해 고발이 되었고, 셰퍼는 아르헨티나로 도망갔다가 2005년에야 체포되었다.

 

셰퍼는 악마였다. 그는 예수를 제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이용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세뇌당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반신반인인 그에게 추종자들은 순종으로 답했다. 셰퍼는 1950년대에 예수를 만났고, 진실된 기독교 공동체를 세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잘못되고 극단적인 신앙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셰퍼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종교과 정치가 결합하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인간의 이성을 부정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지 않는 신앙은 위험하다. 맹신은 인간의 사고 능력을 감퇴시키고 세상을 흑백으로 보게 한다. 진리라는 미명하에 인간을 사고의 좁은 감옥에 가두는 것이다. 셰퍼는 죄를 강조하면서 구성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 뒤에 셰퍼와 함께 실형을 받은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떠나서 신의 뜻은 없다.

 

"셰퍼의 지시를 따를 줄만 알았지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6부작 다큐멘터리인 '콜로니아: 사악한 믿음의 마을'은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고, 동시에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무대가 20세기 중후반의 칠레여서 칠레의 근현대사도 접할 수 있다. 칠레도 오랜 군부 독재를 겪으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지구 반대편이지만 인간이 사는 마을의 풍경은 어디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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