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오징어 게임

샌. 2021. 9. 28. 10:44

 

'오징어 게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워낙 핫한 드라마라 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데스 서바이벌 게임이라 사람이 너무 많이 죽고 섬찟한 장면도 자주 나온다. 456명이 게임에 참가하여 마지막 승자가 456억을 가져간다. 누가 이런 잔인한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지는 드라마 끝에 나온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다음 회를 계속 보게 되는 마력이 있는 드라마다. 단순한 킬링 타임용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대의 빈부 문제를 다룬 주제 의식도 돋보인다. 천민자본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우리나라라서 이런 드라마가 실감 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진 참가자들에게 세상은 게임보다 더 지옥이다. 이미 계급사회로 변한 속에서 루저들은 살인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반면에 이런 시스템을 지배하는 세력은 가면 뒤에 숨어 정글의 싸움을 즐긴다. '경마장의 말'은 멋진 비유지만 현실은 말[馬]보다 몇 백배는 더 비극이다. 차라리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 선 검투사들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그 와중에도 약자를 보듬으며 따스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 구슬치기에서는 본성을 드러내지만 - 성기훈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그는 싸워야 할 적이 누군지 나중에 알게 된다. 그는 외친다.

"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야. 용서가 안 돼."

드라마의 마지막을 볼 때 다음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데, 아마 성기훈과 게임을 만든 세력과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의와 불의와의 한 판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은 우리가 어릴 때 놀았던 게임이 등장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줄다리기, 달고나 뽑기, 오징어 놀이 등이다. 동심의 놀이를 살인의 도구로 차용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대비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 성기훈과 조상우가 마지막 승부를 벌이는 게 오징어 게임이다. 둘은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다가 하나가 죽는다. 어렸을 때 마을 공터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던 게 오버랩되며 마냥 씁쓸해진다. 그때는 뭘 하고 놀아도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 오일남 노인은 숨을 거두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공통점이 뭔지 아나. 삶이 재미없다는 거야."